유럽 하프너 에너지 본지 인터뷰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는 41개 유럽 친환경·에너지 기업들이 한국을 찾았다.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EU 비즈니스 허브 - ENVEX 2026'에서는 에너지 전환·배터리·폐기물 처리·탄소 저감 기술 등을 보유한 유럽 기업들이 참가해 한국 시장 진출과 사업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20일 본지는 이들 가운데 AI 에너지 솔루션 기업 '컴패니언 에너지', 나트륨 배터리 기술 기업 '브로드빗 배터리스', 바이오매스 솔루션 기업 '하프너 에너지', 의료 폐기물 처리 기술 기업 '에코스테릴' 등 4개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글로벌 에너지·환경 시장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20일 마렐라 프랑시 하프너 에너지 사업총괄책임자와의 일문일답.
"탈탄소보다 에너지 주권"…유럽 에너지 산업 화두 바뀌었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유럽 에너지 산업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과거 유럽 에너지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탈탄소화'였다.
캐나다를 예로 들면 현재 미국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데, 최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단순히 친환경이라서가 아니라 지역 내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중동 위기 이후 유럽 내 에너지 안보 우려도 커졌나.
▲유럽은 원유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지만, 중동 의존이 절대적인 구조는 아니다. 다만 최근 유럽은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를 대비해 '자체 생산'의 중요성을 훨씬 크게 인식하고 있다. 결국 지역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면 외부 충격 영향이 훨씬 줄어든다는 건데, 최근 중동 리스크 역시 이런 방향으로 사고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긴 하다.
"유럽 제조 비용 너무 비싸"…친환경·산업경쟁력 사이 딜레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유럽 친환경 기업들의 고민은 무엇인가.
▲현재 유럽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더 자율적인 방향으로 가려 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으로 기운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럽 스스로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흐름이다.
다만 유럽의 가장 큰 문제는 제조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특히 탄소배출 비용과 각종 규제 비용이 상당히 크다. 결국 유럽은 높은 에너지 비용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실제로 우리 기술만 봐도 아시아에서 생산할 경우 유럽에서보다 제조 비용이 약 60% 저렴하다. 규제와 전반적인 비용 구조 차이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사회 내부에서도 탄소중립에 대한 피로감이 있나.
▲유럽 사람들은 환경 문제에 여전히 관심이 많다. 다만 현실적으로 청정연료는 비싸다. 유럽은 항공 분야에서도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 의무 비율을 계속 높이고 있는데, 이런 규제는 결국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유럽은 산업 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 상황인데 규제가 너무 많다 보니 경쟁력 측면에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유럽, 다시 원전으로?…"문제는 15년 걸린다는 것"
―유럽은 탈원전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는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나.
▲분명히 원전 회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나는 이탈리아 사람인데, 이탈리아는 과거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을 선택했던 대표적 국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북부 이탈리아처럼 산업 중심 지역은 에너지 비용 부담이 너무 커졌다. 독일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새로운 원전을 다시 도입하려는 흐름이 분명 존재한다. 지금의 원전 기술은 과거보다 훨씬 안전하기도 하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다. 오늘 원전을 짓기로 결정해도, 실제 가동까지는 15년 정도가 걸린다. 그래서 지금은 더 빠르게 공급 가능한 대안이 필요하다.
―그 시간차를 메울 대안으로 바이오매스 기반 수소를 보는 건가.
▲그렇다. 우리 기술은 특정 바이오매스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농업 부산물, 유기성 폐기물 등 다양한 원료를 활용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특정 작물이 사라져도 다른 원료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 또 원료 가격이 저렴하면 매우 낮은 비용으로 수소 생산도 가능하다. 현재 기준으로는 수소를 kg당 2유로(약 3500원) 이하 가격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
"남유럽이 새 수혜자"…재생에너지 구조가 유럽 판도 바꾼다
―유럽 에너지 시장의 향후 핵심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재생에너지 중심 구조 변화다. 현재 유럽은 풍력·태양광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독일 북부와 프랑스가 유럽 산업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태양광이 풍부한 남유럽 국가들이 유리해지고 있다.
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 등이 저렴한 재생에너지 혜택을 크게 받고 있고, 실제로 스페인은 지난해 유럽에서 거의 유일하게 5% 수준 성장률을 기록했다. 과거에는 남유럽 국가들이 유럽 경제의 약점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됐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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