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 측 "검찰 조작 본질 외면 판결" 반발
[파이낸셜뉴스] '유서 대필 사건'으로 억울하게 징역을 선고받았던 강기훈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에서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강씨 측은 이번 선고가 국가 책임 대신 개별 책임만 물었다며 반발에 나섰다.
서울고법 민사5-1부(송혜정·김대현·강성훈 부장판사)는 21일 강씨와 강씨 가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미 판결 확정된 부분을 제외하고 추가 지급을 명한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면서 위법한 조사, 변호인 접견권 침해, 피의사실 공표 등 개별 불법 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추가로 인정했다. 국가가 강씨에게 5333만원, 배우자에겐 500만원, 형제·자매에게 각각 433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11월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나 조작의혹 사건의 경우 국가배상 청구에 소멸시효를 적용해선 안된다며 원심을 깨고 돌려보냈다. 3년6개월만에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국판 뒤레피스 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은 지난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서강대에서 몸을 던져 숨지자 강씨가 수사대상으로 지목됐다.
당시 강씨는 유서를 대필한 혐의(자살방조 등)로 기소돼 징역 3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이후 결정적 증거인 필적 감정서가 위조된 점이 인정되며 지난 2015년 재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았다.
1·2심은 모두 국가의 배상책임을 일부만 인정했다. 검찰이 강씨를 밤샘 조사를 하고 변호인 접견권을 침해하는 등 개별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다 됐다고 보고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강씨 측은 반발에 나섰다. 강씨 측 변호인은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이 사건은 검찰이 주도한 대표적 조작 사건"이라며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을 개별 인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문제로 한정하고 검찰 조작의 본질을 외면하는 판결을 끝내 내렸다"고 지적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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