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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또 다른 환자 만든다"…유럽 의료폐기물 처리 기업의 경고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1 17:32

수정 2026.05.21 17:27

유럽 에코스테릴 본지 인터뷰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는 41개 유럽 친환경·에너지 기업들이 한국을 찾았다.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EU 비즈니스 허브 - ENVEX 2026'에서는 에너지 전환·배터리·폐기물 처리·탄소 저감 기술 등을 보유한 유럽 기업들이 참가해 한국 시장 진출과 사업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20일 본지는 이들 가운데 AI 에너지 솔루션 기업 '컴패니언 에너지', 나트륨 배터리 기술 기업 '브로드빗 배터리스', 바이오매스 솔루션 기업 '하프너 에너지', 의료 폐기물 처리 기술 기업 '에코스테릴' 등 4개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글로벌 에너지·환경 시장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폴린 라페즈 에코스테릴 세일즈 매니저.사진=홍채완 기자
폴린 라페즈 에코스테릴 세일즈 매니저.사진=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의료폐기물 문제가 새로운 글로벌 보건·환경 리스크로 떠오르는 가운데, 벨기에의 의료폐기물 처리 기업 에코스테릴은 "팬데믹과 전쟁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상당수 의료 시스템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20일 폴린 라페즈 에코스테릴 세일즈 매니저와의 일문일답.

"코로나19가 시장 폭발시켜"…의료폐기물, 팬데믹 이후 새 리스크로
―회사의 주력 사업은 무엇인가.

▲에코스테릴은 의료폐기물 처리 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의료폐기물을 소독하는 장비와 폐기물을 분류하는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는 마이크로웨이브 기반 기술을 사용한다. 먼저 폐기물을 파쇄한 뒤 100도까지 가열하고, 이후 일정 시간 동안 고온 상태를 유지해 완전히 건조·소독한다. 처리 후에는 폐기물 부피가 크게 줄어들고 재활용도 가능해진다. 플라스틱 등을 분리해 병원용 제품으로 다시 활용할 수도 있다. 핵심은 단순 폐기가 아니라 '순환경제'인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의료폐기물 시장은 어떻게 달라졌나.

▲코로나19는 의료폐기물 산업 전체의 전환점이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의료폐기물이 폭증했고, 각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세계은행 등은 국가 단위 의료폐기물 처리 체계 구축에 나섰다.

우리도 태평양 도서국, 아프리카, 동남아 국가 등에 장비를 설치했다. 당시에는 감염 공포 때문에 일반 플라스틱 병까지 의료폐기물 통에 버릴 정도였다. 처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팬데믹은 세계에는 재앙이었지만, 그동안 방치돼왔던 의료폐기물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계기이기도 했다.

―최근 한타 바이러스나 에볼라 등 새로운 감염병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업계도 대비하고 있나.

▲내가 일하는 시장 중에서는 아시아가 차기 팬데믹에 가장 잘 대비돼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홍콩은 평시 의료폐기물 발생량을 기준으로, 팬데믹 발생 시 어느 정도까지 자체 처리할 수 있는지 미리 계산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상대적으로 준비가 부족하다. 나는 벨기에 사람인데, 벨기에만 하더라도 새로운 팬데믹이 오면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

코로나19 직후에는 국제기구들이 관련 예산을 대거 지원했지만, 2025~2026년 이후엔 사실 지원이 줄어드는 분위기였다. 다만, 최근 다시 감염병 우려가 커지면서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의료폐기물 문제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쟁도 의료폐기물 폭증 원인"…가자지구에선 장비 재설치 요청도
―팬데믹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인도주의 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전쟁 상황에서도 의료폐기물 문제가 커지나.

▲그렇다. 가자지구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제기구들이 의료 장비와 구호물자를 대량 지원하지만, 사용 이후 발생하는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과거 우리는 가자지구에 장비를 설치한 적이 있었지만, 전쟁 중 파괴됐다. 그래서 현재 다시 장비 설치 요청을 받고 있다.

―만약 감염병과 전쟁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의료 시스템은 어떤 압박을 받게 되나.

▲대형 병원은 어느 정도 대응 역량이 있겠지만, 일반 병원이나 검사기관은 충분히 준비돼 있지 않다고 본다.

최근 캐나다에서 관련 포럼에도 참석했는데, 위기 상황에서 의료진과 장비를 수송기로 이동시키는 문제까지 논의되고 있었다. 결국 이런 대비는 국가 차원의 비용 문제와 연결된다. 팬데믹과 전쟁에 동시에 대비하는 것은 상당히 비싼 일이다.

"병원이 또 다른 환자 만들어"…소각 중심 처리 한계 지적
―최근 의료 시스템에서도 친환경 요구가 커지고 있나.

▲그렇다. 최근 의료·환경 관련 포럼에서도 폐기물과 재활용 문제가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현재 의료폐기물은 병상당 하루 평균 약 1kg 정도 발생하고, 특히 미국의 경우 병상당 10kg 수준까지 올라간다. 한국은 의료폐기물을 주로 소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각은 결국 배출가스를 발생시킨다.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환경 문제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병원이 새로운 환자를 다시 만들어내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배출가스 없이 자동 처리와 재활용이 가능한 기술을 통해 이런 문제를 줄이려 하고 있다.

―의료폐기물도 기후위기와 연결된다고 보나.

▲그렇다.
폐기물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5%를 차지한다. 소각 대신 더 친환경적인 처리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배출량 감축에 도움이 된다.
한국의 경우, 폐기물 에너지화 기술 자체는 상당히 발전했다고 생각하지만, 의료폐기물 분야에서는 아직 더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