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 씽'에서 댄스머신 현우 연기
[파이낸셜뉴스] 배우 강동원이 불혹의 나이에 힙합 전사로 파격 변신했다. 내달 3일 개봉하는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은 가요계를 휩쓸었으나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그룹 '트라이앵글'과 발라드 왕자 최성곤이 20년 만에 재기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코미디 영화다. 극 중 트라이앵글의 리더이자 댄싱머신 '현우'를 연기한 강동원을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힙합이 나보다 어리더라고요"
과거 영화 '형사:듀얼리스트'를 위해 현대무용을 8개월간 배웠을 만큼 몸 쓰기로 유명한 그지만, 힙합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다.
강동원은 "사실 힙합을 아예 몰랐으며 투팍이 사람 이름인 줄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고백했다.
특유의 스웨그와 제스처가 몸에 배지 않자 그는 평소 추구하지 않던 '메소드 연기'까지 도전했다.
그는 "옷부터 사서 평소에도 힙합 패션으로 다녔다"며 "도대체 왜 그렇게 건들거리며 걷는지 몰랐는데 직접 입고 걸어보니 그 걸음걸이 자체가 '비트'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부연했다.
강동원은 매일 걸음걸이 30분, 스텝 연습 1시간을 거쳐 안무와 기술 연습까지 매일 4시간씩 땀을 흘렸다. '풍차'처럼 다리를 크게 벌린 채 원을 그리며 도는 '윈드밀'을 연습하다 갈비뼈를 다치기도 했다. 머리를 축으로 세운 채 몸 전체를 회전시키는 헤드스핀에도 도전해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뭉클하게 장식한다. 그렇게 노래와 춤뿐 아니라 힙합 역사와 다큐멘터리를 섭렵했다.
1990년대 세기말 감성과 완벽한 춤선의 만남
영화 속 트라이앵글은 국내 1990년대~2000년대 가요계 가수들을 모델로 한다.
강동원은 "고등학생 때 동경했던 가수 선배들의 스타일을 오마주하고 싶었다"며 "코미디 장르이지만 1집 무대만큼은 진짜 제
대로 멋있게 해서 당시 가수들이 봐도 절대 창피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고 말했다.
반면 2집은 관객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과장된 가발과 그 시절 특유의 "~그랬고요" 하는 말투를 살려 코믹함을 더했다.
치열한 연습의 결과물은 후반부로 갈수록 빛을 발한다. 그는 완성된 편집본 속 자신의 모습에 "만족스럽다"고 했다.
강동원은 "무대 촬영 경험이 쌓이니까 마지막쯤엔 소위 '무대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생겼다"며 "관객을 리드하고 카메라와 친숙해지니 제법 춤선이 예쁘게 살았다"고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마지막에 찍은 완성도 높은 40대 시절 무대 춤 장면만 따로 뽑아서 관객들께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톱스타의 왕관
영화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떨까? 강동원은 경상도 사투리로 지인의 반응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뭐고? 너 요새 돈 없나?'"라고 했다"며 "파격 변신을 선보였다는 뜻이니 만족한다"고 웃었다.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모델로 데뷔한 뒤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데뷔 이래 줄곧 톱스타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영화 속 현우는 "인생에 세 번밖에 기회가 없다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울분을 토하는 짠내나는 생활형 연예인이다. 현우의 대사가 온전히 이해됐을까?
강동원은 "저도 좋아하고, 누구나 공감할 대사"라며 "저도 늘 삼진아웃을 경계했다. 연속으로 스트라이크를 맞지 않으려고 늘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또 "제 커리어가 겉으론 우상향 같아 보여도 실상은 주식 그래프처럼 끊임없이 위아래로 왔다 갔다 했다. 다행히 200일 선 밖으로 밀린 적은 없다"고 비유했다.
인기에 대한 덤덤한 철학도 덧붙였다. 그는 "'늑대의 유혹' 때부터 '언젠가는 대중에게 잊힐 것'을 염두에 두고 활동해왔다"며 "생각보다 인기가 꽤 오래 유지되고 있지만 언젠가 작품이 줄어들고 인간 강동원 자체가 잊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잊힘은 아직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선공개된 뮤직비디오가 화제를 모으며 신규 팬덤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영화 홍보 행사에서 처음 보는 젊은 팬을 봤다"며 "배우 강동원이 아니라 트라이앵글의 팬으로 오신 것 같아 신선하고 재밌었다"고 돌이켰다.
배우를 넘어 제작자로, 그리고 글로벌 무대로
강동원은 요즘 연기뿐 아니라 제작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덕분에 대인관계도 달라졌다.
그는 "요즘은 동료나 후배들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엄청 친절하게 대하고 잘해주려고 노력한다"며 "나중에 제가 제작하는 작품에 그분들을 캐스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할리우드 진출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사실 할리우드 문을 두드린 지는 꽤 오래됐는데 아직 가시적으로 나온 결과물은 없다"며 "아무래도 제 마음에 쏙 드는 좋은 대본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가 미국 현지에서는 인지도가 없는 신인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생각을 바꿨다. 그는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고 캐스팅해 주길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직접 좋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만들어내고 말겠어'라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며 "좋은 재능을 가진 글로벌 창작자들과 협업할 수만 있다면, 굳이 한국 안에서만 영화를 제작할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차기작은 김고은과 호흡하는 사극 로맨스 드라마 '혼'이다. '별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 '눈물의 여왕'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와 '미생', '나의 아저씨', '폭싹 속았수다'를 연출한 김원석 감독이 의기투합한 기대작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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