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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참패' 설욕한 北 내고향, 일본 무너뜨렸다… 사상 첫 亞 정상 '15억 잭팟'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3 21:21

수정 2026.05.23 21:21

조별리그 0-4 수모 씻어낸 '완벽한 복수극'… 전반 44분 김경영 천금 결승골 폭발
12년 만에 밟은 남한 땅에서 쓴 새 역사… 사상 첫 AWCL 우승컵과 상금 100만 달러 획득
"우리는 하나다" 2670명 몰린 수원종합운동장, 남북 공동응원단의 뜨거운 열기 속 피날레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내고향 정금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뉴스1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내고향 정금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각본 없는 드라마이자, 완벽한 복수극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은 북한 여자축구 클럽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이 일본의 도쿄 베르디를 꺾고 아시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내고향은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전에서 도쿄 베르디에 1-0으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내고향은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5억 2000만 원)의 잭팟까지 터뜨렸다.

내고향의 이번 대회 행보는 그 자체로 역사였다.

경직된 남북 관계로 인해 불참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중국 베이징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한국 땅을 밟았다. 북한 여자 축구 선수가 남한을 찾은 것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12년 만이었다.

앞선 20일 준결승에서 한국의 수원FC 위민을 2-1로 꺾고 결승에 선착한 내고향 앞에는 도쿄 베르디가 버티고 있었다. 도쿄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내고향에 0-4 참패의 굴욕을 안겼던 팀. 하지만 피치 위에서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내고향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뉴스1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내고향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뉴스1


경기는 킥오프 직후부터 불꽃이 튀었다. 전반 16분 도쿄 시오코시 유즈호의 날카로운 슈팅을 골키퍼가 막아내며 위기를 넘긴 내고향은, 특유의 강한 압박과 몸싸움으로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전반 32분에는 공중볼 경합 중 리수정이 상대 선수와 크게 충돌해 비디오판독(VAR)이 가동될 만큼 그라운드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승부가 갈린 것은 전반 44분. 정금이 전방으로 길게 넘어온 공을 끈질긴 몸싸움으로 지켜낸 뒤 찔러줬고, 일대일 찬스를 맞은 김경영이 침착하게 오른쪽 구석을 노린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조별리그의 악몽을 털어내는 짜릿한 선제골이었다.

일격을 맞은 도쿄 베르디는 후반 들어 교체 카드를 적극 활용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내고향 역시 최금옥 등을 투입하며 기동력을 유지했고, 후반 25분에는 김혜영의 크로스에 이은 리명금의 헤더로 추가골을 노리며 물러서지 않았다. 추가시간 4분까지 이어진 도쿄의 막판 공세를 육탄 방어로 막아낸 내고향은 결국 1-0 승리를 지켜냈다.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내고향 선수들이 인공기를 펼쳐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내고향 선수들이 인공기를 펼쳐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수원 문전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내고향축구단은 북한의 소비재 기업인 '내고향'이 지난 2013년 창단,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강팀이다. 뉴스1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수원 문전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내고향축구단은 북한의 소비재 기업인 '내고향'이 지난 2013년 창단,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강팀이다. 뉴스1

이날 수원종합운동장 관중석은 2670명의 축구 팬들과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2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응원단'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90분 내내 막대풍선을 흔들며 북한 선수단에 뜨거운 성원을 보냈고, 경기장 밖에는 내고향의 방한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나부끼며 스포츠가 가진 화합의 의미를 더했다.


12년 만의 방남, 조별리그 대패의 아픔, 그리고 일본을 상대로 거둔 짜릿한 결승전 승리까지. 내고향의 AWCL 초대 우승은 남북 스포츠 교류사에 깊고 진한 발자취를 남기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