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고생한 나를 위한 보상"… 기름진 곱창과 알코올의 치명적 조우
출구 막힌 소화액이 장기를 파먹는다… 췌장 스스로를 갉아먹는 '자가 소화'의 공포
연간 환자 4만 명 육박… 명치에서 등으로 관통하는 통증에 무너지는 4050
[파이낸셜뉴스] 일요일 저녁 7시. 일주일간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탁 풀리는 시간이다. 배달 앱 알림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거실 소파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직장과 가정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한 주를 버텨낸 4050 남성들에게 이 시간은 성역과도 같다.
스트레스를 씻어내겠다며 기름기가 뚝뚝 떨어지는 소곱창이나 대창 구이를 불판에 올리고, 차갑게 식힌 소주를 연거푸 들이켠다. 팍팍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완벽하고도 달콤한 위로다.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 잠자리에 든 일요일 새벽. 갑자기 명치끝을 쥐어짜는 듯한 둔탁하고 묵직한 통증이 시작된다. 단순한 체기나 위경련과는 결이 다르다. 통증은 명치에서 시작해 등 뒤쪽으로 관통하듯 뻗어나가고, 숨을 쉬거나 똑바로 누우면 고통이 더욱 극심해져 본능적으로 새우처럼 몸을 웅크리게 된다. 응급실에 실려 간 환자들이 "차라리 배를 가르는 게 낫겠다"고 호소할 정도로, 의학계에서는 이 고통을 산통(분만통)에 버금가는 극강의 통증으로 분류한다. 바로 '급성 췌장염'의 전형적인 붕괴 신호다.
등 뒤쪽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침묵의 장기, 췌장의 주된 역할은 음식물을 분해하는 강력한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이 소화 효소는 안전하게 장으로 흘러가 음식물만 분해해야 한다. 하지만 그 평화를 깨뜨린 원인은 전날 밤 들이부은 고지방식(곱창)과 알코올의 치명적인 조합에 있다.
단기간에 다량의 알코올과 기름진 음식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면 췌장은 소화액을 미친 듯이 뿜어낸다. 문제는 알코올이 췌장액이 빠져나가는 길목(오디 괄약근)을 경련하게 만들어 출구를 꽉 막아버린다는 데 있다. 갈 곳을 잃은 강력한 소화 효소는 결국 췌장 내부에 갇히게 되고, 급기야 췌장 자신의 세포를 산채로 소화시키고 녹여버리는 끔찍한 '자가 소화(Autodigestion)' 현상을 일으킨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이 파괴적인 과정이 명치를 뚫고 나가는 듯한 통증의 실체다.
이는 술자리 안주거리로 삼을 가벼운 위협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급성 췌장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연간 약 4만 명에 육박한다. 이 중 남성 환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특히 경제 활동과 회식이 잦은 40대와 50대 남성이 전체 환자의 핵심 위험군을 형성하고 있다.
대한췌장담도학회 등 전문 의료계는 급성 췌장염의 가장 결정적인 발병 원인으로 담석과 함께 '무분별한 알코올 섭취'를 꼽는다. 단순한 염증으로 끝나지 않고 췌장 조직이 괴사하거나 패혈증 등 치명적인 전신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증 응급 질환이다.
우리는 종종 내 몸의 내구성을 20대 시절의 무한한 체력으로 착각한다. 스트레스라는 명분으로 밀어 넣은 폭음과 폭식은 4050의 낡아가는 장기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자비한 타격이다. 토요일 밤, 기름진 안주와 소주 한 잔이 주는 위로는 분명 달콤하고 절실하다.
하지만 그 알량한 쾌락의 대가가 장기를 녹여버리는 산통의 비명소리라면, 일주일을 버텨낸 당신의 몸에 진정으로 필요한 '보상'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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