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빠른 소비와 과시형 일상을 내려놓고 조용하고 단순한 생활을 택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고급 식당과 유행 패션 대신 길거리 음식, 보온 위주의 옷차림, 공원 산책, 차 마시기 등을 즐기는 이들은 스스로를 '구식 인간'이라고 부른다. 관련 이야기는 중국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0억 조회수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행보다 편한 생활 택한 청년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구식 인간'이란 표현이 온라인 유행어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파티와 고급 식사, 유행 브랜드 소비를 따라가기보다 느린 생활을 택한다.
주말을 보내는 방식도 달라졌다. 인기 관광지를 찾아 사진을 찍기보다 공원에서 쉬거나 강가를 걷고, 중장년층이 즐기는 광장무에 참여하는 사례도 소개됐다. 일기 쓰기, 장기, 서예, 뜨개질처럼 한때 '어른 세대 취미'로 여겨졌던 활동도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25세 청춘, 70세 마음가짐"
이 유행은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퍼졌다. 일부 누리꾼이 조부모와 재래시장을 가거나 부모와 동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은 이야기를 SNS에 올리면서다.
온라인에서는 "25세 청춘이지만 마음가짐은 70세"라는 식의 표현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음식, 여행, 인간관계, 스마트폰 사용법 등을 나눠 '구식 인간이 되는 방법'을 정리하기도 했다.
생활 습관도 스마트폰과 멀어지는 쪽에 가깝다. 일부는 휴대전화 글자 크기를 키우고, 불필요한 알림을 끄고, 짧은 영상 플랫폼 사용 시간을 줄인다고 말했다. 옷장은 정리하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과 친환경 제품을 고르는 소비 방식도 언급됐다.
연애·직장 생활로도 번진 유행
'구식 인간' 유행은 연애관에도 영향을 줬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구식 남자친구'라는 표현도 함께 퍼졌다. 화려한 이벤트나 값비싼 선물보다 실용적인 배려를 중시하는 남성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여자친구가 일에 지쳤을 때 달콤한 말을 하기보다 어깨 마사지를 받으러 데려가는 식이다. 비싼 식당보다 맛있는 길거리 음식을 함께 먹는 모습도 '구식 남자친구'의 특징으로 소개됐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단순한 옷차림으로 출근하고, 사무실에서 차를 우려 마시며, 점심시간에는 짧게 낮잠을 자는 방식이다. 퇴근 뒤 술자리보다 독서, 다큐멘터리 시청, 수면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 중국 누리꾼은 이런 흐름을 두고 경쟁에서 물러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지나친 소비와 사회적 비교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보는 방식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년학과 사회복지를 연구하는 미시간주립대 쑨페이 교수는 SCMP에 "이 흐름을 단순한 도피보다 현대사회에 대한 성찰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층이 수면, 음식, 건강, 일상 활동처럼 기본적인 생활 요소에 다시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누리꾼은 "할아버지처럼 천천히 살기 시작한 뒤 숨쉬기가 편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구식 인간이 된다는 건 나를 사랑하고 지키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