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풀며 한숨 돌렸지만… 핵심인 '고농축 우라늄' 처리는 결국 추후 미뤄
루비오의 경고 "60일 내 성과 없으면 타격"… 서명대 앞둔 이란 최고지도자의 딜레마
"시간은 우리 편" 강경파 달래기 나선 트럼프… 벼랑 끝 수싸움,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파이낸셜뉴스]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던 중동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미국과 이란이 세계 경제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폐기하는 데 원칙적으로 뜻을 같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장이라도 핏대를 세우며 격돌할 것 같던 양측이 한발 물러서며 최악의 파국은 면한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당국자의 전언을 종합하면 밑그림은 꽤 뚜렷하다.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가 풀리고, 굳게 닫혔던 호르무즈 해협의 문이 다시 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겉으로는 화해 제스처를 취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양측의 치열한 수싸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번 합의는 아직 완성된 서류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최종 도장이 찍히기 전까지는 언제든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가장 절실한 목표였던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와 '고농축 우라늄의 확실한 운명' 같은 굵직한 쟁점들은 이번 원칙적 합의에서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원했던 고농축 우라늄의 미국 인도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들은 '60일간의 추후 협상'이라는 명분 아래 뒤로 미뤄둔, 이른바 '반쪽짜리' 합의인 셈이다. 이란이 당장 호르무즈를 열고 핵합의를 이행하는 액션을 취해야만 비로소 미국의 제재 완화와 자산 동결 해제가 뒤따를 것이란 게 미 당국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칼자루를 쥔 미국의 압박은 매섭고 단호하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72시간 만에 식당 냅킨 뒷면에 끄적이는 식으로 중대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호르무즈 해협부터 당장 열고, 고농축 우라늄과 핵무기 포기에 대한 진지한 협상은 그다음에 하겠다는 못 박기다.
특히 두 달간의 협상이 미국이 원하는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60일 안에 군사 공격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다시 꺼내 들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까지 날렸다. 이란이 유예기간 동안 확실한 백기를 들지 않으면 자비는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협상은 건설적이며 시간은 미국 편"이라며 협상단에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확실한 핵 포기 약속 없이 서둘러 합의해선 안 된다는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발을 잠재우는 동시에, 이란을 서서히 말려 죽이겠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트럼프와 모즈타바의 60일짜리 벼랑 끝 승부수는 이미 주사위가 던져졌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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