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업체 '배우자 지수' 변호사급 껑충
커지는 상대적 박탈감…"거대한 부의 재편 시작"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역대급 성과급 지급 소식이 단순한 '사내 잔치'를 넘어 결혼시장과 부동산 등 실물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특정 산업으로 부가 집중되면서, 단일 기업의 성과 보상 체계가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까지 재편하는 모습이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의 호황은 미혼 남녀의 '배우자 선호도'를 즉각적으로 변화시켰다. 결혼정보회사 '선우'는 최근 삼성전자 직원의 '배우자 지수'를 기존 84점에서 87점으로 전격 상향했다.
배우자 지수는 사회경제적 능력과 신체적 매력, 가정환경 등을 종합해 산출하는 지표로, 통상 의사나 법조인 등 전통적 전문직이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선우 고위 관계자는 "지수 3점 상승은 매우 이례적이며, 현장 커플매니저들이 체감하는 상승분은 10점 이상"이라며 "현재 삼성전자 직원은 사실상 변호사(90점) 등급에 준하는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결혼정보업체 '가연' 관계자 역시 "AI에 대체될 위험이 적고, 막대한 성과급으로 안정적인 자산 형성이 빠르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매칭 성공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수십억 유동성 어디로…들썩이는 '셔세권'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 막대한 유동성이 향할 투자처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에 따라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연봉 1억 원 기준 최대 6억 원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며, 3년간 호황이 지속될 경우 직급에 따라 20억~30억 원에 달하는 누적 성과급 수령도 가능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으로 향하는 통근버스가 정차하는 이른바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이 핵심 타깃으로 꼽힌다. 경기 남부권인 용인 수지, 수원 영통, 화성 동탄을 비롯해 송파, 강남 등 서울 동남권까지 넘치는 유동성이 유입돼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삼전·닉스 직원들의 풍부한 자금력이 경기 남부를 거쳐 강남권 부동산까지 도미노처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불안 섞인 전망도 나온다.
"내 10년 치 연봉"…AI 시대 부의 집중과 남겨진 과제
다만 특정 산업군의 막대한 부의 축적이 사회 전반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타 직군 및 중소기업, 협력업체 재직자들의 허탈함을 토로하는 글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10년을 일해도 1년 성과급을 못 따라간다", "결국 업종 잘 탄 사람이 승자가 된 세상"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일회성 현상이 아닌, 산업 구조 재편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 진단한다. 신재용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를 연합뉴스를 통해 "AI 시대가 불러온 거대한 사회적 변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엔비디아나 테슬라처럼 급격한 생산성 증대의 수혜를 특정 기업 임직원들이 예기치 않게 누리는 현상은 앞으로 꾸준히 제기될 문제"라며 "이러한 막대한 이윤을 협력업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 어떻게 합리적으로 배분할 것인지가 새로운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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