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화물 보조금 29일 접수 마감
15일 기준 4824건, 지난해 2.8배
도비 166억원 4월 전액 소진
고유가·전환지원금에 구매 수요 회복
하반기 추경·충전 인프라가 관건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전기차 보조금 접수가 상반기 종료를 앞두고 조기 마감 수순에 들어갔다. 신청 물량이 지난해의 3배 가까이 몰리면서 전기차 보급 속도가 예산 편성 속도를 앞질렀다.
2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는 '2026년 상반기 전기자동차 민간보급사업' 가운데 승용·화물 전기차 보조금 신청 접수를 오는 29일 마감한다. 전기승합차는 별도 예산으로 운영돼 이번 마감 대상에서 빠진다.
지난 15일 기준 제주지역 전기차 보조금 신청은 4824건이다.
제주도는 올해 전기차 보급을 위해 본예산과 1회 추가경정예산, 국비 조정 등을 거쳐 모두 633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수요가 상반기에 집중되면서 지난 4월 도비 배정분 166억원이 모두 소진됐다. 현재는 국비를 우선 투입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 보조금 마감보다 큰 쟁점은 '보급 병목'
이번 상황은 행정 마감 조치에 그치지 않는다. 제주가 전기차 보급 선도지역에서 '보급 2라운드'의 병목을 먼저 마주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차량 구매 수요는 빠르게 회복됐지만 지방비와 국비 매칭 구조, 충전 인프라, 전력 수요 관리가 같은 속도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가 함께 들어가는 구조다. 중앙정부 예산이 있어도 지방비가 소진되면 지자체 보급사업은 멈출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량 계약과 출고 일정이 맞아도 지자체 예산이 떨어지면 보조금 확정이 어려워진다.
전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는 지난 4월 포럼에서 전체 160개 지자체 중 전기승용차는 45곳, 전기화물차는 54곳에서 보조금이 소진됐고 90% 이상 소진된 지자체도 승용 60곳, 화물 67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1~3월 전기차 판매량은 8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0.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도 역시 전기차 보조금 조기 소진이 전국적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도는 전국 160개 지방자치단체 중 102곳이 예산 소진 등으로 보급사업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유가·지원정책·신차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올해 전기차 신청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우선 전기차 시장이 2022~2024년 수요 둔화기를 지나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정부도 연초 전기차 수요 급증으로 지자체 1차 지원물량이 조기 소진됐고 추가 예산 확보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제도 변화도 구매 심리를 자극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침에서 매년 낮아지던 보조금 단가를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하고, 기존 내연기관차를 처분한 뒤 전기차를 사면 추가 지원하는 전환지원금을 신설했다. 실구매자 입장에서는 지원 체감액이 커진 셈이다.
고유가 부담도 영향을 줬다. 제주에서는 대중교통 이용 여건이 제한적인 탓에 자가용 의존도가 높다. 기름값 부담이 커질수록 전기차 구매를 앞당기려는 수요도 늘 수 있다.
차종 선택지가 넓어진 점도 수요 회복 요인이다. 과거 전기차는 승용 중심으로 선택 폭이 제한됐지만 최근에는 소형 승용, 화물, 승합, 상용차까지 보급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소형 전기승합차와 중·대형 전기화물차에 대한 보조금 기준도 마련했다.
제주는 전기차 보급 경험이 많은 지역이다. 충전망과 이용 경험이 축적돼 새 구매자들이 체감하는 진입 장벽도 낮다. 여기에 보조금이 선착순 성격으로 운영되면서 "늦으면 못 받는다"는 구매 심리가 상반기 신청 쏠림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 하반기 추경·물량 조정이 관건
제주도는 이달 말 승용·화물 전기차 보조금 접수를 마감한 뒤 하반기 제2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후 차종별 수요를 반영해 일정과 물량을 다시 정하고 하반기 보급사업을 재개한다.
전기승합차는 접수를 계속 받는다. 승용·화물 전기차와 별도 예산으로 운영돼 해당 사업 예산 범위 안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하반기 보급 재개 과정에서는 예산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승용차와 화물차, 승합차별 실제 수요를 다시 계산하고 충전 인프라와 전력 부하 관리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전기차가 늘수록 공동주택 충전 갈등, 관광지·도심 충전 대기, 전력 피크 시간대 수요 관리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재정 운용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보급 목표를 높게 잡으면 예산 부담이 커지고, 예산을 보수적으로 잡으면 수요가 몰릴 때 접수 중단이 반복된다. 올해 상반기 조기 마감은 보조금 중심 전기차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전기차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상반기 승용·화물 보조금 접수 마감이 불가피하다"며 "하반기 보급사업이 이어질 수 있도록 예산 확보와 사전 준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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