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해외 약국 진출 노리는 제약업계… 유통망 확보 경쟁 치열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5 19:07

수정 2026.05.25 19:07

최근 수출 중심 해외 공략법 변화
프랑스 '지프레' 인수한 셀트리온
1만여개 약국·병원 영업망 확보
동화약품도 동남아 거점 넓혀가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조달러(약 3000조원) 규모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과거 제품 수출이나 기술수출에 집중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약국 체인과 판매 조직, 유통 인프라를 직접 확보하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경쟁의 승패가 제품력뿐 아니라 현지 소비자와 의료진, 유통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처음으로 2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미와 유럽이 시장 성장을 이끄는 핵심 지역으로 꼽히면서 국내 기업들도 주요 국가 내 판매 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해외 진출 전략이 '수출 확대'에서 '현지 플랫폼 확보'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각국의 의료 정책 변화와 의약품 유통 구조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판매망 자체를 핵심 경쟁력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최근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 지프레를 인수하며 프랑스 전역 약국 9000여곳과 병원 공급망 800여곳에 이르는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니라 프랑스 의약품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평가된다. 프랑스 정부가 바이오시밀러 대체조제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존 병원 중심 시장에서 약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지 약국 네트워크를 선점한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번 인수를 통해 바이오시밀러뿐 아니라 일반의약품(OTC),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유럽 내 자체 유통 플랫폼을 확보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동화약품도 일찌감치 현지 유통망 확보 전략에 나섰다.

동화약품은 지난 2019년 베트남 약국 체인 기업 중선파마 지분을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중선파마는 베트남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약국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 시장 내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은 높은 의약품 시장 성장률과 함께 약국 중심 유통 구조가 강한 국가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현지 판매 채널을 직접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인 시장 안착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국내 제약사들은 현지 생산시설과 법인 설립, 판매 조직 구축 등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생산기지와 판매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북미와 동남아 시장에서 현지 파트너십 강화와 직판 체계 구축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유통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시장 진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현지 유통 구조와 소비자 접점을 직접 확보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이 확대될수록 약국 체인과 판매 조직, 현지 법인 등 플랫폼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