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공백 메우려던 10개 구단 유일의 '야수 픽', 34경기 만에 짐 쌌다
1군 9실책 이어 2군에서도 실책 아쉬움
박민·김규성 '국내파 3인방' 맹활약에 입지 상실
실패 인정하고 마운드 수혈로 급선회
[파이낸셜뉴스] 호랑이 군단의 야심 찼던 '유일한 아시아쿼터 야수' 실험이 결국 씁쓸한 새드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박찬호(두산)의 이적으로 헐거워진 내야를 채우기 위해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타자 제리드 데일를 선택했던 KIA 타이거즈의 도박은, 실패라는 성적표를 남긴 채 조기 종료를 맞이하게 됐다.
26일, KIA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데일의 웨이버 공시를 요청하며 사실상 방출 수순에 돌입했다. 시즌 초반 반짝했던 호주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의 KBO리그 생존기는 불과 34경기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데일의 추락은 예견된 사건이었다.
내야의 사령관이 되어야 할 유격수 자리에서 무려 9개의 실책을 쏟아내며 스스로 무너졌다. KBO리그의 수준 높은 타구와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 데일은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고, 이는 타격 슬럼프로 직결됐다.
결국 지난 1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퓨처스리그로 향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1군 복귀의 최우선 조건이었던 '수비 안정화'는커녕, 함평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퓨처스 경기에서 이틀 동안 무려 3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벤치의 마지막 남은 기대마저 산산조각 냈다.
역설적이게도 데일의 퇴출을 가속한 것은 국내 내야수들의 엄청난 맹활약이었다.
데일이 비운 자리를 채운 박민, 김규성, 정현창 등 이른바 '국내파 중앙 내야 3인방'이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3일 SSG전 대역전극의 시발점이 된 박민의 투혼 넘치는 주루와 김규성의 역전 3루타는 이들의 현재 폼을 증명하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국내 선수들이 공수 양면에서 펄펄 날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수비가 안 되는 외국인 타자를 1군으로 콜업할 명분은 완벽하게 사라졌다.
여기에 KIA는 선발 자원이 필요하다. 현재 이의리가 제 컨디션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선발 투수 중 수치는 최하위권이다. 양현종에게 기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김태형은 아직 어리다. 선발 투수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저히 야수 아시아쿼터를 고집할 명분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결국 KIA 수뇌부는 쿨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궤도를 수정했다. 타선과 수비가 안정화된 반면, 이의리의 부진 등으로 선발 마운드에 균열이 생기자 아시아쿼터 카드를 '투수'로 바꾸기로 결단한 것이다.
야구에서 외국인 선수 영입은 필연적으로 실패의 리스크를 동반한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인정하는 타이밍과 다음 스텝이다.
박찬호의 그림자를 지우려다 뼈아픈 타격을 입은 KIA 타이거즈. 하지만 국내파 내야수들의 대각성이라는 뜻밖의 수확을 얻은 이범호 감독의 시선은, 이제 '경력직 강속구 투수'를 향해있다.
KIA 구단은 "시라카와를 보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아직은 사인을 한 상태가 아니며, 메디컬 테스트 등 행정적인 절차도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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