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누굴 위한 선거인가요?"…선거철 소음에 몸살 앓는 시민들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6 16:03

수정 2026.05.26 17:11

선거철 유세차량에 시민들 피로감 증가
잠 못 자고 업무 집중도 어렵다고 지적
소음 규제 기준 있으나 실효성 떨어져
전문가들 "현실적인 기준 마련해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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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신모씨(29)는 모처럼 찾아온 일요일~월요일 이틀간 연휴 동안 늦잠조차 맘 편히 잘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아침부터 주택 골목길을 유세차가 돌아다니며 고성능 확성기 스피커를 틀어놨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후보를 홍보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유세 소음이 유권자들한테 도움이 될지 도통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서 시민들의 소음 고통도 커지고 있다. 선거기간 소음을 제한하기 위한 근거는 마련돼 있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지는 탓에 시민들은 원치 않는 확성기 소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26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자동차에 부착한 확성장치는 정격출력 3킬로와트(㎾), 음압 수준 127데시벨(㏈)을 초과해선 안 된다. 다만 대통령 선거와 시·도지사 선거에선 후보자용 차량에 부착한 확성장치는 정격출력 40㎾와 음압 수준 150㏈까지, 휴대용 확성장치는 3㎾까지 허용된다. 이 기준을 벗어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상 소음 허용치가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서 제시하는 소음 기준을 보면 열차가 지나갈 때 철도변 소음이 100㏈, 자동차 경적 소음은 110㏈, 전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이 120㏈이다. 질병관리청은 80㏈ 이상은 건강에 위험한 수준, 120㏈ 이상은 매우 위험한 수준의 소음, 130㏈은 인간이 고통을 느끼는 한계 수치라고 규정한다.

바꿔 말해 자동차 확성장치가 전투기 이착륙 때 소음보다 크더라도 공직선거법으로는 규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선거 유세차량의 소음을 단속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셈이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이모씨(31)는 "재택근무할 때가 많은데 창문을 닫아도 소리가 새어 들어와 편안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는 지경"이라면서 "음악을 틀어놓거나 이어폰을 꽂고 있을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지난 2024년 2월까지 3년간 범정부 민원시스템에 수집된 '선거 유세' 관련 민원이 1만9949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주요 민원으로 소음 피해, 선거 현수막 관련 불편, 선거운동 차량 교통법규 위반 신고 등이다.

전문가들은 공직선거법상 소음 허용치를 손보는 등 실효성 있는 제재 기준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소음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시민들이 많은 상황에서 데시벨 규제를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후보자들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선거 전략을 수립할 때"라고 조언했다.

선거운동 기간을 늘리고 시민들이 평소에도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은 정치적 양극화도 심하고 선거운동 기간도 제한된 편이라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이 미칠 영향도 한계가 있다고 가정하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선거운동과 정당 활동에 대한 자유를 넓혀서 특정 시기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시민들이 정당 활동을 살펴볼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