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선진국 실질임금 줄었다…호르무즈 해협 봉쇄 유탄 맞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7 02:32

수정 2026.05.27 02:31

[파이낸셜뉴스]
이란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선진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지난 2023년 10월 4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셰리던의 한 상점에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 AP 뉴시스
이란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선진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지난 2023년 10월 4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셰리던의 한 상점에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 AP 뉴시스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실질임금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치솟은 것이 주된 배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 전쟁이 세계 경제에 충격을 미치는 가운데 전 세계 노동자들의 삶의 질도 악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유가 폭등으로 실질 임금이 감소하는 선진국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한 반면 평균 시급은 같은 기간 3.6% 상승에 그쳤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물가가 임금 상승 속도를 웃돌면서 실질 임금이 감소했다.

월스트리트 영향력이 높은 다이앤 스웡크 KPMG U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공급망을 흔들면서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당장 내일 (호르무즈) 해협이 열린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 1분기 영국 노동자들의 평균 실질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오름세인 데다 고용은 약세로 돌아서 조만간 실질 임금은 후퇴할 전망이다.

유로존(유로 사용 21개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가까스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충격을 만회하나 싶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새로운 인플레이션 충격에 맞닥뜨렸다.

컨설팅 업체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은 올해 유로존 실질 임금 성장률이 제로에 가까울 것이라고 비관했다. 비스테센은 아울러 소비 둔화를 대체할 재정 지출 여력이 없는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실질 임금이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노동자들의 압박은 정책 담당자들에게는 이중의 악몽이다.

우선 가계 지출이 줄어들면서 전쟁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악화시킨다. 이렇게 되면 수요 둔화에 직면한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고, 가계 지출이 더 감소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성공하는 경우다. 당장 가계 지출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인플레이션 고삐가 풀리게 된다. 이른바 2차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유가가 떨어지더라도 인플레이션은 떨어지지 않는다.

전망은 엇갈린다.

JP모건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실질 임금 감소는 "온전히 중동 갈등에서 기인한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고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오르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스웡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기업) 순익 마진을 좁히고, 고용에 부담을 줄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결국 노동시장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