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화그룹이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대규모 생산 역량을 앞세워 글로벌 방산 시장의 '공급망 패러다임 전환'에 가속도를 낸다.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현대전에서 억지력의 핵심은 무기 재고가 아닌 산업적 생산 규모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동맹국의 방산 제조업을 재건하는 핵심 파트너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웡 CSO는 26일(현지시간) 한화그룹 뉴스룸을 통해 "단순히 누가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누가 생산 능력과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2조9000억달러(약 385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장기화된 분쟁으로 인해 방산 수요의 중심이 첨단 플랫폼 확보에서 대규모 생산 및 공급망 복원력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한화가 전통적인 대형 방산기업의 '제조 규모'와 방산 스타트업의 '민첩한 혁신'을 동시에 갖춘 독보적인 기업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웡 CSO는 "한화는 전장의 교훈을 신기술에 적용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소프트웨어와 결합할 하드웨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이라는 특수한 안보 환경 속에서 축적된 실질적 운용 경험의 결과"라고 말했다.
한화는 이 같은 사업 모델을 주요 동맹국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화, 기술 이전, 공동 생산에 집중하는 구조다. K9 자주포를 폴란드, 루마니아, 노르웨이에 공급하는 데 이어 폴란드 WB그룹과 천무 유도로켓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또한 최근 스웨덴 국방물자청(FMV)과 155㎜ 포병용 모듈식 장약 시스템 공급을 위한 1억1000만달러 규모의 프레임워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새로운 수주 성과를 더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에서도 현지 인프라 투자를 통한 거점 확보가 구체화되고 있다. 2024년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미국 해운 인프라 개조 사업에 진입한 데 이어, 올해 1월 미 육군으로부터 부지 예비 임대 승인을 받아 아칸소주 파인블러프 육군 창고에 13억달러 규모의 탄약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은 미국 내 부족한 핵심 화약 물질 공급망을 직접 지원하게 된다.
웡 CSO는 "한화는 서방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혁신 속도와 생산 능력은 물론, 민주주의 동맹국인 한국 기업으로서의 신뢰를 제공한다"며 "이러한 실질적 역량을 바탕으로 각국의 국방 역량 유지에 필수적인 핵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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