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차도 잃고 돈도 잃었다... 당근마켓 중고차 사기 [사기꾼들]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7 14:42

수정 2026.05.27 14:42

중고차 '삼각사기' 피해본 판매인, 사기 과정 관여했다며 대금반환 해야 사기꾼에 속아 돈도 잃고 차량도 잃은 피해자... 매수자에게 소송 대법원 차량 돌려 받으려면 매수인에 차량 대금 다시 내야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중고 거래 '삼각사기' 피해를 본 차량 매도인이 중간 사기꾼에게 속아 대금을 뺏기고 차량을 넘겼더라도, 매수인에게 차량을 돌려 받으려면 다시 차량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판매자가 차량 판매 과정에서 사기꾼에게 협조했다면 차량 매수 피해자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중고차 매매업자 B씨를 상대로 낸 자동차 인도 소송에서 A씨가 승소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

원고 A씨는 2023년 11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자신의 차량을 47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성명불상의 사기꾼은 중고차 업자를 사칭해 차량을 구매하기로 했다.

사기꾼은 중고차 운영업체 B씨에게는 자신이 차량 판매자인 척을 하며 접근해 해당 차량을 3850만원에 팔겠다고 제안했다. 전형적인 '삼각사기' 수법으로 사기꾼이 판매자와 매수인 양쪽 모두를 속여 이득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거래 당일인 11월 13일 사기꾼은 A씨에게 "세금 문제 때문에 중고차 업체가 돈을 입금하면 일단 돌려달라. 그 후 곧바로 원래 계약금액인 4700만원을 보내주겠다"고 말하며 속였다. 또 A씨에게 B씨 앞에서는 마치 탁송기사인 것처럼 행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사기꾼의 제안에 응했고, B씨는 A씨의 계좌로 3850만원을 입금한 뒤 차량을 인도받았다. 김 씨는 입금된 돈을 곧바로 사기꾼에게 송금했으나, 사기꾼은 그대로 잠적했다. 결국 차와 돈을 모두 잃게된 김 씨는 차량 매수인인 B씨를 상대로 "자동차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씨가 자동차를 돌려줘야 한다고 보면서도, A씨 역시 차량 값으로 받은 385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기꾼이 가로채간 차량 값을 지불하고 차량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A씨가 차량 인도 후 받은 대금은 사기꾼에게 송금해 실질적인 이득이 없으므로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없다고 봤다. B씨가 조건 없이 자동차를 원고에게 돌려주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다시 깼다.
대법원은 1심과 같이 A씨가 B씨로부터 차를 돌려받으려면 차량 대금 3850만원을 B씨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비록 성명불상자의 사기 범행이 개재됐다고 하더라도 A씨의 자동차 인도 행위와 B씨의 금전 지급 행위는 분리할 수 없는 일련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A씨가 더 비싼 가격에 차를 받고자 사기꾼의 말을 믿고 탁송 기사인 것처럼 행동한 점도 "A씨에게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공평·정의의 이념에도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