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골목길 누비며 배송…지역 주민과 소통
운전면허 필수인 카트 조작...홀몸노인 돌봄 참여
역대급 취업난 속에서 아르바이트는 이제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다. 지난해 기준 구직을 포기하고 숨고르기 중인 '쉬었음' 인구 255만명 시대. 알바는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기약하는 가장 절실한 디딤돌이자 사회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다. 이에, 본지는 소비의 최전선인 유통·식품 분야 기업·고객간거래(B2C) 현장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 직업의 실상을 체험하고 생생히 전하는 'Job(잡)스러운 기자들'을 격주마다 연재한다. 화려한 쇼윈도 뒤편의 백화점부터 원산지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농촌까지, 기자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직업 전선'의 진짜 목소리를 담아낸다.
[파이낸셜뉴스] "어머님, 야쿠르트 배달 왔어요. 맛있게 드시고 오늘 하루도 파이팅하세요."
동이 막 트던 지난달 16일 새벽, 기자는 직업체험 코너인 '잡(JOB)스러운 기자들'의 일환으로 서울 용산구 hy 한남점의 일일 '프레시 매니저'로 변신했다.
고객의 환대도 잠시, 바로 다음 배송을 위해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가 있어 신속하게 제품을 배송해야 늦지 않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가 체험한 hy 한남점 3지구는 대형 아파트 단지보다 자영업자와 일반 주택이 많아 골목골목을 누비며 배송하는 '발품이 많이 드는' 곳이었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정확히 도착해야 고객들이 신선한 제품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에, 한가롭게 머무를 시간이 없었다. 촘촘하게 얽힌 골목길 속에서 신속함과 정확성은 매니저가 지켜야 할 첫 번째 약속이었다.
30년 베테랑의 관록..'미로 골목'도 척척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보니 초보 매니저는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기자의 앞을 묵묵히 이끈 것은 30년 경력의 베테랑, 최모 매니저였다. 그는 지도 한 장 없이도 실핏줄처럼 얽힌 좁은 골목 구석구석을 막힘없이 누볐다. "30년 동안 이 동네를 다녔으니 눈감고도 할 수 있다"며 웃는 모습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성실함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특히, 오르막길이 많은 이태원 지역 특성상 배송을 위해 몇 번이나 언덕을 오르다 보니 금세 무릎이 아파왔다. 힘든 모습을 보이자 "나는 아침 일찍부터 돌았는데 젊은 사람이 벌써 그러면 어떡하냐"는 사수의 핀잔도 들었다.
정해진 코스 외에도 틈틈이 영업 활동을 이어갔다. 지역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프레시 매니저 특성상 배송 중간중간 자영업자들에게 제품을 맛보라고 권했다. 최 매니저는 "동네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다 보니 손님들이 hy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여러 번 방문해 제품을 권하곤 한다"며 "여러 번 맛보신 손님들이 제품이 먹기 편하고 건강 성분이 많아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프레시 매니저가 지나가면 다 아는 동네 분들이라 인사를 하며 바로 구매한다"고 흐믓해 했다. 이날도 프레시 매니저는 단순한 배달원이 아닌 동네의 친근한 이웃이자 사랑방 같은 존재였다.
호락하지 않은 '코코'..식은땀이 줄줄
hy 프레시 매니저가 되기 위한 사전 준비 과정은 까다롭다. 기자는 프레시 매니저로서 직업 체험에 투입되기 전 사전 교육을 받았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현장 결제부터 손님에게 제품을 배송한 뒤 문자로 안내하는 방법, 선입선출 재고 관리와 이동수단인 '코코' 운송법을 익혔다.
코코는 '콜드 앤 쿨(Cold & Cool)'의 약자로 냉장 시스템이 탑재된 hy의 전동 카트다. 귀여운 외관과 달리 코코를 운전하는 데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가 장착된 엄연한 자동차이기 때문에 코코를 운전하려면 운전면허가 필수다.
기자는 운전 경력 5년 차에 1종 보통 면허까지 보유했지만 코코를 다루는게 쉽지는 않았다. 폭과 길이가 넓어 주행 감각을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복잡한 동네 구석구석을 오가다보니 실제 자동차를 좁은 공간에서 주차하는 수준의 난이도라 식은땀이 계속 흘렀다.
hy 관계자는 "면허를 처음 딴 매니저들은 초기 코코 운전에 어려움을 겪어 안전을 위해 hy 점장들과 함께 밀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나마 기자는 운전 경험이 많아 금방 배운 편"이라고 귀띔했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진짜 역할
이날 직업체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코스 중간에 홀로사는 노인이 거주하는 집들을 방문해 안부를 챙기는 일이었다. 집 앞까지 방문해 제품을 배송하는 프레시 매니저의 특성상 근무 코스에 거주하는 홀로사는 노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도 되어준다. 독거노인 챙기기는 hy가 배달 업무의 특징을 살려 사회공헌활동으로 운영 중이다.
이날 기자는 이태원 언덕 꼭대기에 홀로 사는 한 할머니댁을 방문해 윌 제품을 전달했다. 할머니는 "매일같이 hy에서 방문해 말동무가 돼준다"며 "일하기도 바쁠 텐데 틈틈이 방문해 안부를 물어주니 정말 고마울 따름"이라고 기자의 손을 꼭 잡았다.
hy 관계자는 "30년이 넘는 기간 홀몸노인돌봄활동을 전개하며 프레시 매니저가 독거 어르신들을 정기 방문해 안부를 챙기고 있다"며 "전국 단위 유통망과 대면 방문 시스템을 갖춰 hy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사회공헌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hy 프레시 매니저가 고독사 현장을 발견해 독거노인의 마지막을 지킨 사례도 여럿 있다고 한다. hy 관계자는 "프레시 매니저가 홀몸노인 돌봄을 위해 지역 행정 기관과 연계해 구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한남동의 가파른 골목을 오르며 힘들었던 기분도 '친손자'처럼 기쁘게 맞아주는 어르신들을 마주하자 눈녹듯 사라졌다.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던 프레시 매니저들은 단순히 음료를 배달하는 노동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사회의 가장 어둡고 소외된 구석을 찾아가 온기를 채우는 존재였다. 홀로 고독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를 이들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한 '지역사회의 파수꾼'이었다. 매니저들의 가방에 담긴 것은 차가운 음료지만, 그것이 배달되는 골목길은 잊혀져 가는 사람의 온기로 가득 차 있었다.
[기자의 알바 체험 한줄 평]
■ 급여/가성비 : ★★★☆☆
본인의 근무 시간과 형태, 영업 정도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 다만 다양한 복지 및 근속 혜택이 포함된다.
■ 근무 편의성 : ★★☆☆☆
이태원 지역은 언덕과 빌라가 많아 무릎이 아플 수 있다. 카트가 없으면 상당히 힘들 수 있다.
■ 근무 분위기 : ★★★★★
동네 단골 손님들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근무할 수 있다.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방문해 챙기는 사회공헌은 덤이다.
■ 난이도 : ★★☆☆☆
카트를 운전하려면 운전면허는 필수. 손님에게 정해진 제품을 전달하기만 하면 돼 업무 자체는 쉬운 편이다.
■ 급여/가성비 : ★★★☆☆
본인의 근무 시간과 형태, 영업 정도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 다만 다양한 복지 및 근속 혜택이 포함된다.
■ 근무 편의성 : ★★☆☆☆
이태원 지역은 언덕과 빌라가 많아 무릎이 아플 수 있다. 카트가 없으면 상당히 힘들 수 있다.
■ 근무 분위기 : ★★★★★
동네 단골 손님들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근무할 수 있다.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방문해 챙기는 사회공헌은 덤이다.
■ 난이도 : ★★☆☆☆
카트를 운전하려면 운전면허는 필수. 손님에게 정해진 제품을 전달하기만 하면 돼 업무 자체는 쉬운 편이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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