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결혼하자, 천만원만"... 아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사기꾼들]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8 08:00

수정 2026.05.28 08:00

재력가처럼 행세했으나
변제할 의사나 능력 없어
이혼했다고 했으나 유부남
재판부 "피해 규모 상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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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000만원만 빌려줄 수 있을까? 한두 달 안에 무조건 갚을게. 나 건물도 있잖아. 건물 팔아서라도 갚을 수 있어."
지난 2023년 3월경 A씨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남자친구 B씨(35)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수수료 과다 청구 문제로 구청의 연락을 받았는데 1500만원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사랑하는 애인의 부탁을 차마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 그 무렵부터 지난 2024년 8월까지 총 46회에 걸쳐 8334만원을 빌려줬다.

A씨는 남자 친구가 돈을 금방 갚을 거라고 생각했다.

남자 친구의 재력 때문이었다. B씨는 만남 초기부터 자신을 다수 부동산을 소유하며 부동산 중개법인을 운영하는 대표로 소개했다. 부동산 경기가 워낙 어려워 수중에 들고 있는 현금은 많지 않을지 몰라도 보유하고 있는 자산도 많다고 했다. A씨는 그 말을 믿었다. 부동산 경기만 회복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사실 B씨는 돈을 빌리더라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부동산 중개법인을 운영하는 대표가 아니라 중개 보조원에 불과했다.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이를 통해 마련한 대금을 빚을 갚는 데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지난 2023년 초부터는 고정 수입도 없었다.

B씨의 거짓말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A씨는 B씨가 이혼을 했으며 본인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시작했다고 인지했다. 그러나 애시 당초 그들은 결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B씨에게는 지난 2014년 12월경 혼인 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강경묵 판사)은 지난 12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불량하다며 그를 질책했다.
재판부는 "범행에 명백한 용도 사기 범행이 다수 포함돼 있다"면서 "상당한 재력가이자 이혼남인 것처럼 행세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 금액 규모가 상당하고 현재까지 실질적으로 회복된 금액은 일부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벌금형을 초과하거나 동종 범행으로 인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에게 피해 금액 지급에 관한 공정 증서를 작성하고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