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세계자연유산 만장굴, 2년5개월 만에 다시 문 연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7 15:44

수정 2026.05.27 16:05

30일부터 정상 운영 재개
121억 투입 탐방환경 정비
전 구간 관람 데크 설치
낙석 위험구간 안전시설 보강
부종휴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도

제주 만장굴 내부 탐방로가 조명을 따라 이어져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2년5개월간의 탐방환경 정비를 마치고 오는 30일부터 만장굴을 정상 운영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 만장굴 내부 탐방로가 조명을 따라 이어져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2년5개월간의 탐방환경 정비를 마치고 오는 30일부터 만장굴을 정상 운영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세계자연유산 만장굴이 2년5개월간의 정비를 마치고 오는 30일부터 다시 관람객을 맞는다. 낙석 사고 이후 중단됐던 탐방이 재개되면서 제주 동부권 관광 회복과 세계자연유산 보전 관리의 시험대가 함께 열리게 됐다.

27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만장굴 탐방환경개선 종합정비사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29일 재개방 기념행사를 거쳐 30일부터 만장굴 정상 운영을 시작한다.

만장굴은 제주 화산섬의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대표 용암동굴이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핵심 자원으로, 제주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인정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굴 내부에는 용암이 흐르며 만든 용암유선, 용암표석, 용암종유, 용암석주 등 다양한 지질 구조가 남아 있다.

■ 안전 보강 끝낸 세계자연유산

제주 만장굴을 대표하는 용암석주. 만장굴은 제주 화산섬의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용암동굴 지형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 만장굴을 대표하는 용암석주. 만장굴은 제주 화산섬의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용암동굴 지형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이번 정비는 2023년 12월 29일 만장굴 입구 주변에서 발생한 낙석 사고를 계기로 추진됐다. 제주도는 탐방객 안전과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총사업비 121억원을 투입했다.

정비의 핵심은 안전과 보전이다. 만장굴 전 구간에는 관람 데크가 설치됐다. 낙석이 발생했던 지점과 위험도가 높은 구간에는 안전시설물이 보강됐다. 관람객은 이전보다 안정적인 동선에서 동굴 내부를 둘러볼 수 있게 됐다.

조명도 바뀌었다. 동굴 내부 조명은 종전보다 밝기를 낮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교체됐다. 관람 편의를 확보하면서 빛에 따른 녹색오염을 줄이고, 동굴 본래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제주도는 2024년 1월 착공 이후 국가유산청과 관계 전문가의 현장 기술자문, 안전점검을 11차례 진행했다. 세계자연유산의 보존 가치와 관람 안전을 함께 고려한 절차다. 공사는 올해 3월 최종 완공됐다.

■ 부종휴 탄생 100주년, 발견 80주년

제주 만장굴 내부에 형성된 용암동굴 지형. 만장굴은 용암이 흘러가며 만든 지질 구조가 잘 보존된 세계자연유산으로, 제주 화산섬의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대표 동굴이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 만장굴 내부에 형성된 용암동굴 지형. 만장굴은 용암이 흘러가며 만든 지질 구조가 잘 보존된 세계자연유산으로, 제주 화산섬의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대표 동굴이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이번 재개방은 만장굴의 역사적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올해는 만장굴을 1946년 발견해 세상에 알린 부종휴 선생 탄생 100주년이자 만장굴 발견 80주년이다.

부종휴 선생은 교육자이자 박물학자로, 제주 자연에 대한 체계적인 탐사와 기록 활동을 펼친 인물이다. 용암동굴과 한라산 식생 연구의 기초를 마련했다. 만장굴 발견과 제주 자연유산 가치 발굴에 크게 기여한 제주 자연유산 탐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제주학연구센터와 ㈔한산부종휴선생기념사업회는 28일 오후 2시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세미나실에서 '부종휴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를 연다. 고정군 유네스코 MAB 한국위원회 위원이 '부종휴의 길: 활동사와 의미, 그리고 과제'를, 기진석 세계유산본부 세계유산과 팀장이 '제주 만장굴의 세계자연유산적 가치'를 각각 발표한다.

종합토론에서는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이 좌장을 맡는다. 부종휴 선생의 가족사, 꼬마탐험대 기록, 교육 프로그램, 문화콘텐츠 활용, 자료 아카이브 구축 과제 등이 논의된다. 만장굴을 자연유산으로만 보지 않고 탐사와 교육, 기록, 문화예술의 대상으로 확장하려는 자리다.

세미나와 연계한 노정석 작가 초대전 '철(鐵) 위에 새긴 제주의 빛'도 28일부터 8월 17일까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전시실에서 열린다. 부종휴 선생의 막내 사위인 노 작가는 제주 동굴과 자연의 빛, 생명의 울림을 철제 보드 위에 그라인딩과 산화 착색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 61점을 선보인다.

제주도는 29일 만장굴 현장에서 재개방 기념행사를 연다. 행사에는 김애숙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세계유산마을 주민, 세계유산본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만장굴 재개방은 제주 동부권 관광에도 의미가 있다. 동부권은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비자림, 해녀박물관 등 자연·문화 관광자원이 밀집한 지역이다. 만장굴 운영 재개로 세계자연유산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 관광 동선도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과제도 남아 있다. 세계자연유산은 많이 보여주는 일만큼 오래 보전하는 일이 중요하다. 재개방 이후 관람객 동선 관리, 동굴 내부 온습도 변화, 조명 영향, 안전시설 유지관리까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관광 회복과 자연유산 보전 사이의 균형이 만장굴 운영의 핵심 과제다.

김형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방문객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만장굴의 가치를 마주할 수 있게 됐다"며 "다시 문을 여는 만장굴이 제주 동부권 관광 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완병 제주학연구센터장은 "이번 세미나와 전시는 부종휴 선생의 자연유산 탐사 정신과 학문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자리"라며 "제주 자연유산과 문화예술의 연결 가능성을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