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서 중심 잃고 넘어져 충돌
법원 "손잡이 잡아야 할 주의의무 있어"
[파이낸셜뉴스] 퇴근시간대 서울 은평구의 한 지하철역 상행 에스컬레이터. A씨(76·남)는 손수레를 붙잡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섰다. 뒤쪽에는 다른 승객들이 차례로 서 있었다.
에스컬레이터가 위로 움직이는 동안 A씨는 손수레를 매만지며 조정했다. 순간 몸의 중심이 흔들렸다. 좁은 발판 위에서 자세를 바로잡지 못한 A씨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뒤따르던 승객들은 피할 틈이 없었다. A씨 바로 뒤에 있던 B씨(39·여)가 먼저 부딪혀 넘어졌고, 그 충격은 다시 B씨 뒤에 있던 C씨(63·여)에게 이어졌다. 한 사람의 넘어짐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연쇄 사고로 번졌다. 이 사고로 B씨는 팔꿈치 타박상 등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C씨도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 부위 염좌와 인대 손상 등 약 3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법원은 이를 단순히 운이 나빴던 안전사고로만 보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는 여러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좁게 서서 이동하는 공간인 만큼, 앞사람이 넘어지면 뒤따르는 승객에게 곧바로 위험이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에게 손수레를 잡고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하더라도 넘어지지 않도록 손잡이를 잡는 등 사고를 미리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에스컬레이터에는 다른 승객들도 함께 타고 있었던 만큼 균형을 유지해 뒤따르던 승객들에게 충격이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A씨는 지난해 7월 7일 오후 7시 18분께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져 뒤 승객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6형사단독(김진성 판사)은 지난달 13일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10만원을 하루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다. 벌금 상당액의 가납도 명령했다.
재판에서는 현장 CCTV 영상과 피해자들의 진단서, 112신고사건처리표 등이 증거로 채택됐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A씨가 손수레를 조정하던 중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이로 인해 뒤에 있던 승객들이 잇따라 다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한 점, 벌금형을 넘는 전과가 없는 점, 과실과 상해 정도가 중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봤다. 다만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함께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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