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HD현대重, 7.8조 KDDX에 도전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7 16:22

수정 2026.05.27 17:13

한화오션과 맞대결 예고...보안감점 연장적용 금지 가처분 신청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파이낸셜뉴스] HD현대중공업이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기술력을 앞세워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책임지겠다는 구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이날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입찰 참가 등록을 완료했다. 재입찰 참가 등록은 28일 오전 10시 마감되며, 개찰은 29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선도함 사업비는 약 8821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KDDX는 해군의 차세대 주력 수상전력으로 꼽힌다. 약 7조8000억원을 투입해 2030년대까지 6000t급 한국형 구축함 6척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선체와 전투체계, 대형 통합마스트 등 핵심 구성품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국내 구축함 최초로 통합전기식추진체계를 적용해야 하는 고난도 프로젝트다.

특히 이번 입찰은 단순히 1번함 건조업체를 정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선도함 상세설계와 건조를 맡는 업체가 해당 함정에 대한 설계·건조 경험을 축적하는 만큼 향후 수출형 모델 개발 등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후속함은 별도 입찰 절차를 거쳐 발주되며, 국내 함정 사업은 통상 물량을 나눠 발주하는 경우가 많아 선도함 수주가 후속함 수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입찰이 국내 수상함 시장의 향후 10년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구축함과 이지스함 등 대형 수상함 건조 경험을 축적해 온 만큼, KDDX의 기술적 완성도와 일정 관리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 기본설계 수행업체로서 최고 수준의 함정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해군의 전력 강화와 국가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입찰에 참여했다"며 "국내 1위 함정 사업자로서 KDDX 사업 성공을 위해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입찰에는 한화오션도 참여할 가능성이 커 양사 간 정면 승부가 예상된다. 앞서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대상으로 지명경쟁입찰을 추진했으나, HD현대중공업이 1차 입찰에 불참하면서 유찰된 바 있다. 한화오션은 과거 KDDX 개념설계 수행 이력과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앞세워 수상함 분야 확대를 노리고 있다.

다만 입찰을 둘러싼 법적 변수도 여전하다. HD현대중공업은 이날 법원에 '보안감점 연장적용 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최근 해양정보함 기본설계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방사청의 보안감점 적용이 법적 근거 없이 부당하게 연장됐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 HD현대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보안감점은 이번 KDDX 수주전의 핵심 변수 중 하나다. HD현대중공업은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일정 기간 보안감점을 적용받아 왔고, 업계에서는 해당 감점이 KDDX 평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와 별도로 KDDX 기본설계 자료 공유 문제를 두고 방사청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도 제기한 바 있다. 1심은 기각됐지만 HD현대중공업 측은 항고장을 제출했다. 항고심 판단에 따라 사업 진행 방식이나 기술자료 활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KDDX 사업이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DDX는 한국 해군의 노후 구축함 전력을 대체하고, 해상 기반 미사일 방어와 대공·대잠 작전 능력을 강화할 핵심 전력이다. 입찰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해군 전력화 일정은 물론 국내 함정 수출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방사청은 재입찰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이르면 7월 전후 최종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 업체만 제안서를 제출할 경우 수의계약 절차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KDDX는 국내 기술로 만드는 첫 한국형 차기 구축함이라는 상징성이 크다"며 "선도함 수주는 후속함과 수출형 함정 사업까지 연결될 수 있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