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취향형 그로서리’ 강화
가격 경쟁력은 기본으로 유지
고객 편의성·맛·취향까지 고려
손질 없이 먹는 미니 파프리카
식재료·건강 간식 수요 다 잡아
지역특산물 활용 간편식도 개발
대형마트 경쟁의 기준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가격표와 할인 폭이 소비자 선택의 핵심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맛과 편의성, 경험, 취향까지 고려하는 소비 흐름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단순히 '얼마나 저렴한가'보다 '얼마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가'가 중요해지면서 유통업계 역시 상품 기획 방향을 바꾸고 있다.
■씨 없는 파프리카…'손질 없는 채소' 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러한 소비 변화를 단순 유행이 아닌 식문화 전반의 흐름으로 보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기본으로 유지하면서도 고객이 체감하는 맛과 경험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상품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산·수산·간편식(HMR) 등 전 카테고리에서 상품 차별화를 강화하며 '취향형 그로서리'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 사례 중 하나가 씨 없는 미니 파프리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파프리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반으로 잘라도 씨가 없어 별도의 손질 과정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신품종이다.
특히 높은 당도와 한입 크기 형태를 갖춰 조리용 채소를 넘어 과일처럼 간편하게 즐기는 소비 방식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단순히 새로운 품종을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생활 방식 변화까지 반영한 상품이라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채소 소비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채소를 '요리 재료' 중심으로 소비했다면 최근에는 건강 간식이나 간편 식사 대용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손질 부담을 줄인 소포장 채소나 바로 섭취 가능한 간편 채소류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이마트는 아직 국내 생산량이 많지 않은 초기 단계 품종임에도 고객 반응을 먼저 확인한 뒤 공급 확대를 검토하는 방식을 택했다. 농가는 생산에 집중하고, 이마트는 선별·포장·물류·품질관리를 맡는 구조를 통해 상품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유통사가 단순 판매 채널을 넘어 상품 개발과 품질 설계 과정 전반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수율보다 '다시 찾는 맛'…연어 품질 승부
수산 코너에서도 이마트의 품질 기준 강화 움직임은 뚜렷하다. 대표 상품인 연어는 필렛에서 혈합육을 제거하는 공정을 강화하고 있다. 혈합육은 생선 특유의 비릿한 맛과 색감 차이를 유발할 수 있는 부위로 꼽힌다.
문제는 이 과정을 거치면 약 10% 수준의 수율(판매 가능한 중량)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수율 관리가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마트는 고객 후기와 품질 평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단기 손익보다 맛과 재구매 경험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고객들 사이에서는 맛과 색감의 균일성이 개선됐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이후 매출과 재구매율 역시 함께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는 향후 이 같은 품질 기준을 연어를 넘어 다른 회 상품군으로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최근 대형마트 수산 코너가 단순 원물 판매 공간을 넘어 '외식 대체 채널' 역할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물가 흐름 속에서 소비자들이 외식 대신 집에서 회와 초밥 등을 즐기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맛과 품질에 대한 기대치도 함께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수산 상품도 가격만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지역 맛집을 집으로…피코크 '로코노미' 확대
간편식(HMR) 영역에서는 피코크를 중심으로 '로코노미' 전략 강화에 나서고 있다. 로컬(Local)과 이코노미(Economy)를 결합한 개념으로 지역 특산물을 단순 원재료가 아니라 하나의 미식 경험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영덕 붉은대게, 남해 마늘 등 지역 대표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시리즈 형태로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지역 농수산물을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해당 식재료를 가장 맛있게 구현할 수 있는 메뉴를 함께 설계하고 스토리텔링 요소까지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동시에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지역 기반 메뉴를 집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지역 생산자 입장에서도 전국 유통망을 통해 판로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로컬 미식 경험'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여행지에서 접했던 지역 맛집 메뉴나 특산물을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상품군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단순 HMR을 넘어 경험형 콘텐츠 성격이 강해지면서 상품 패키지와 스토리텔링, 협업 요소까지 함께 강화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대형마트 경쟁력이 가격과 물량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얼마나 차별화된 먹거리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되고 있다"며 "상품 자체의 품질뿐 아니라 손질 편의성, 스토리, 취향 요소까지 함께 고려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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