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성과급 잔칫상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수많은 중소기업, 자영업자들과 거기에 소속된 근로자들의 희비를 가를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 논의가 진행되면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은 막판까지 첨예하게 대립하며 조금이라도 유리한 숫자를 얻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다툰다.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라 사용자 입장에서는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급여, 근로자 입장에서는 사용자에게 받아야 할 임금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약간은 허탈할 듯하다. 삼성전자의 확정 성과급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초라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삼성전자 성과급을 언급하며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월 209시간을 적용했을 때 연봉은 2580만원가량이다. 단순 비교로 23년을 넘게 오롯이 돈을 모아야만 삼성전자 성과급인 6억원을 모을 수 있다. 최저임금 근로자가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5만8000시간을 넘게 일해야만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 같은 임금의 양극화가 삼성전자로 끝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계열사는 물론 현대차, LG 등 다른 대기업으로도 'N%' 성과급 논란이 번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수천에서 수억원의 논의가 오가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1만원에서 다만 몇백원, 몇천원이라도 더 받기 위한 사투가 벌어질 전망이다.
물론 이 같은 양극화의 출발점이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는 시각은 맞지 않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성과급은 글로벌 주요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그만큼의 실적을 거둬들인 데 따른 보상 차원이다. 어쩌면 지극히도 당연한 흐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구조적인 슈퍼사이클에 따른 반사이익, 주주와 타 사업부에 대한 분배 불평등은 우선 제외하고서 말이다.
그 와중에 1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의 최저임금을 두고서 진행되는 논쟁도 현실이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최저임금 인상이라도 타격을 받기 쉽다. 고정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외부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근로자 입장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따라 최소한의 경제적 효용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사실 얼핏 너무나도 달라 보이는 대기업 성과급과 최저임금은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일 뿐 사실 하나의 문제로 귀결된다. 바로 성과와 분배의 적정성이다.
우리 경제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배터리로 이어지는 제조업 고도화를 통해 호황기를 맞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고액 성과급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성과에 대한 몫을 요구하는 차원이다. 반면 최저임금은 시장이 스스로 작동했다면 이뤄졌어야 할 분배를 국가가 사후적으로 보정하는 장치다. 대기업들의 성과가 만들어지기 위해 밑단에서 버티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분배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아마도 대기업 성과급 논란은 올해가 끝이 아니라 앞으로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최저임금 갈등도 아마 최저임금이라는 제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매년 반복되고 지속될 것이다. 근로자의 임금과 관련해 너무나도 다른 듯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 두 가지 커다란 문제를 다수가 인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이다.
kim09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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