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주말 연휴 기간 고속도로 졸음쉼터에서 여자 화장실의 대기 줄이 길어지자, 일부 중년 여성들이 남자 화장실을 이용한 사연이 알려지며 온라인상에서 거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화도졸음쉼터 아줌마들 참'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당시 경기 남양주시 화도졸음쉼터의 여자 화장실 앞에는 10m가 넘는 긴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A씨는 "놀이기구 줄 서는 것 같았고, 아내도 10분 넘게 기다렸다"며 당시의 혼잡했던 상황을 전했다.
문제는 일부 중년 여성들의 행동에서 불거졌다.
A씨는 특히 "남자 화장실 문 바로 앞이 소변을 보는 곳이라 (남성들이 볼일 보는 모습이) 밖에서 다 보이는 구조였다"고 지적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A씨는 이러한 행동이 상식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젊은 여성들은 길어도 여자 화장실에 줄을 서는데, 중년 여성들만 남자 화장실 쪽에 섰다"며 "정상적으로 여자 화장실에 줄 서는 사람들은 바보라서 기다리는 것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성별이 바뀌었을 경우를 가정하며 "여자 화장실이 부족하다고 남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남자들이 참 관대하다. 반대로 남자 화장실이 부족해서 여자 화장실을 썼다면 이해해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A씨는 "이 구간을 지나치면 다음 휴게소까지 거리가 멀어 소변을 참느라 힘들었다"며 졸음쉼터 및 화장실 확충 등 구조적인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해당 사연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자 누리꾼들은 "남자가 사용 중인데도 버젓이 화장실 안에 서 있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 "만약 성별이 반대였다면 당장 성추행으로 신고당하고 경찰이 출동했을 심각한 사안", "아무리 급한 생리 현상이어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며 선을 넘어선 안 된다" 등 불쾌감을 나타냈다.
반면, 쉼터의 열악한 시설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짚으며 이들의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는 옹호론도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여자 화장실은 남성에 비해 회전율이 현저히 낮아 항상 줄이 길 수밖에 없다"며 "칸 수를 절대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생리 현상은 의지로 참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 극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느냐"며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성적 목적'이나 '물리적 접촉'이 없어...현행법상 성범죄로 처벌하기는 무리
온라인상에서는 "성별이 반대였다면 성추행이다"라며 공분이 일었지만, 실제 법리적 잣대를 들이대면 범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먼저 검토해 볼 수 있는 법안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다. 이 조항은 화장실, 목욕탕 등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했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성립하려면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사례의 여성들은 '긴 대기 줄을 피경해 생리 현상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들어간 것이 명백하므로, 성적 목적이 부정되어 이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남성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경우라도, 단순 착각이나 급박한 복통 등 성적 목적이 없었음이 입증되면 이 법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누리꾼들은 흔히 언급한 '성추행'은 형법상 '강제추행죄'를 의미한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적 접촉'이 발생해야 한다. 단순히 이성이 있는 공간에 들어갔다거나 쳐다보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물리적 접촉이나 위력이 없기 때문에 강제추행이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성범죄가 아닌 일반 형법상 '건조물침입죄(제319조)' 적용 여부는 따져볼 수 있다. 건조물침입죄는 관리자의 명시적·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특정 공간에 들어갔을 때 성립한다. 이성 화장실에 고의로 들어간 행위는 관리자(휴게소 측)의 의사에 반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결과적으로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간 행위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비매너적이고 도의적인 지탄의 대상임은 분명하지만 '성적 목적'이나 '물리적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현행법상 성범죄로 엮어 형사 처벌하기는 무리가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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