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을 대폭 줄이고 자체 인공지능(AI) 역량을 대거 확보하는 대대적인 기술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EU의 기술 독립 전략이 담긴 집행위원회의 초안을 입수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지금은 기술 주권에 집중할 때"
이 초안에 따르면 EU는 "글로벌 지경학적 권력 경쟁에서 입지를 재확보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기술 주권에 집중할 결정적 순간"이라고 못박았다.
초안은 유럽 데이터센터 확충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고, 토종 클라우드와 AI 기술들에 우선권을 주도록 하고 있다.
이는 EU 집행위의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뜻이기도 하다.
"5~7년 내 데이터센터 용량 3배 확대"
수정을 거쳐 다음주 공개될 이 전략의 핵심은 '클라우드AI 개발법(CAIDA)'이다. 이 법은 유럽 데이터센터 용량을 향후 5~7년 동안 지금의 세 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 관련 규정을 간소화하고, 조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법은 아울러 '소버린' 클라우드와 AI 개발을 독려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가 회복탄력성을 개선하기 위해 '소버린 위험 평가'를 수행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한편 토종 대안을 찾도록 하고 있다.
SAP, 미스트랄, OVH클라우드 같은 기존 유럽 기술 업체들에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미 빅테크, 유럽에 데이터 저장 권한 부여
현재 유럽 기술 시장은 철저하게 미국에 종속돼 있다.
클라우드 시장의 70% 이상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 3대 하이퍼스케일러에 넘어갔다. 이들 하이퍼스케일러는 유럽 각국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어디에 데이터를 저장할지에 관해 더 많은 통제권을 주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MS는 미국 정부가 유럽 고객에 대한 클라우드 서비스 중단을 요구해도 이를 거부할 것이라면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소버린 워싱' 타파
EU는 국적에 관계없이 효율이 높은 기술에 의존하면서도 겉으로만 주권을 외치는 이른바 '소버린 워싱(sovereign washing)' 철폐를 위해 네 단계를 제시할 예정이다.
누가 서비스를 통제하는가, 공급망은 누가 통제하나, AI 모델을 위한 데이터 처리는 누가 하나, 인프라 입지와 사이버 보안을 누가 결정하는가 등 네 가지다.
반도체 역내 생산
아울러 AI 기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역내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외국 반도체 의존도 역시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EU 내에서 설계되고 생산된 반도체를 장려하기로 했다. 장기 구매 계약(offtake agreements) 등을 통해 공급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것이 주된 장려책이다.
집행위는 그러나 기술 독립 계획이 "고립이나 보호주의, 또는 기술 디커플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외려 "유럽이 자체 이익과 가치를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계속해서 개방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력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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