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오늘이 생일인데…" 기러기 아빠 덮친 비극, 서소문 사고 유족의 눈물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8 07:30

수정 2026.05.28 08:24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참사'로 숨진 현장관리소장 60대 이모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2026.05.27. /사진=뉴시스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참사'로 숨진 현장관리소장 60대 이모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2026.05.27.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오늘(27일)이 처남 생일이었는데…"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60대 이모씨의 매형 박모씨(62)는 말을 잇지 못했다. 숨진 이씨는 서소문 고가차도 현장 시공사였던 흥화건설의 현장관리소장으로, 첫 직장인 흥화건설에서 줄곧 근무하다 올해 퇴직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성실했던 아버지" 60대 이모씨 빈소 울음바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3명의 빈소가 27일 오전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빈소에는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씨는 전국 각지 현장을 다닌 탓에 한 달에 한 번꼴로 집을 찾는 '기러기 아빠'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뉴시스에 "너무 아까운 사람이다. 쉬지도 못하고 어려운 현장만 계속 돌아다니다 올해 퇴직하려고 했는데…고생만 하다 갔다"라며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자 아주 성실한 아버지였다"고 했다.

이씨의 외사촌형인 김모씨(73)도 "어렸을 때부터 성실한 동생이었다. 여태까지 성실함 하나로 소장 자리까지 올랐는데 이런 일을 당할 줄 누가 알았겠냐"며 "(세상을 떠나기엔) 아직 어리다"고 말끝을 흐렸다.

빈소에는 직장 동료와 친척, 지인 등 고인을 추모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빈소가 마련되지 않은 전날 밤부터 이날까지 장례식장을 지킨 동료 A씨는 "어제 뉴스를 보자마자 달려왔다. 책임감 있고 일 잘하는 분이었는데 슬픔이 크다"며 고개를 떨궜다.

외부 전문가 이채규씨 빈소 찾은 문상객 "어떻게 이런 사고가"

또 다른 희생자인 외부 전문가 고(故) 이채규씨(64)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역시 눈물바다였다. 이씨는 국내 건설 구조물 안전 진단 분야의 개척자이자 권위자로, 노후 구조물 안전 관리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린 인물로 유명하다.

고인의 아내 지인이라는 B씨는 "서울시 대책 본부가 이런 사고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 왔는지 유족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며 "시에서 어떻게 이런 사건이 생길 때까지 방치했는지, 시공사가 균열이 있는 걸 미리 알았다면 안전 진단 중 왜 다른 조치가 없었는지 등 이런 부분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장 후보들이 찾아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오세훈 후보는 서울성모병원을, 정원오 후보는 국립중앙의료원을 각각 방문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6일 오후 2시33분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발생했다.
철거 현장 안전점검 과정에서 구조물이 일부 붕괴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