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트럼프가 꺼낸 종전 방정식…핵·호르무즈·아브라함 협정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8 08:19

수정 2026.05.28 08: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갖고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갖고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 협상 타결의 조건을 간접적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이란 핵문제 해결 이후 자산동결 해제, 중동 외교 질서 재편을 위한 아브라함 협정 확대 등을 사실상 협상 조건으로 내걸며 이란과 중동 국가들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호르무즈는 모두에 개방"…트럼프, 이란 초안 전면 부인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갖고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내각회의 전 이란 국영TV는 미국과 이란의 1차 협상 타결안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 선박 운항을 한 달 안에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고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 해제와 이란 인근에서 군사력을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란과 오만이 공동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관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백악관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이란과 오만이 이 중요한 해상 통로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단기 합의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해협은 모두에게 개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곳은 국제 해역이며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 우리는 이를 감시할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진행 중인 협상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지난 25일 "호르무즈 해협 관리는 미국과 무관하다"며 "오만과 협력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만 등 중동 국가들에 대해서도 미국의 질서 재편 구상에 협조해야 한다는 압박성 발언을 내놨다. 그는 "다른 모든 나라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동결자산 놓고 강경론…"제재도 돈도 없다"

현재 종전 협상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이란 핵 프로그램 해체와 경제적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러시아나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과 관련해 "그런 방식이 편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는 러시아나 중국이 이란 핵물질을 넘겨받아 협상 타결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에 선을 그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번 주 초 "현장에서 파기되거나 다른 수용 가능한 장소에서 처리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나 이날은 해외 반출 방안에 보다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요구해온 자산동결 해제나 제재 완화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제재 완화도, 돈도, 아무것도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이란이 올바르게 행동하고 옳은 일을 할 때까지 우리가 통제 중인 자금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해외에 동결된 자산 240억달러 가운데 120억달러의 해제를 우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자금이 보관돼 있는 카타르는 이번 협상의 중재국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란과 카타르 당국자들은 지난 25일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브라함 협정 다시 꺼낸 트럼프…중동국가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아브라함 협정을 또다시 거론하며 중동 국가들을 압박했다. 그는 "중동 국가들이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합의를 해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추진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 협정으로, 중동 안보·경제 협력 확대를 핵심으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나라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참여 압박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앞서 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파키스탄 등에 협정 참여를 요구한 데 이어 이날은 이를 미국·이란 종전 협상의 일부로 포함시키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다만 실제 종전 합의가 아브라함 협정 확대를 전제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좋은 합의는 할 수 있지만 위대한 합의가 아니라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보다 더 강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종전이 아닌 아브라함 협정 확대까지 묶은 '빅딜'을 추진하며 국내 보수 진영과 대이란 강경파를 설득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