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미국산 원유 비중 26%
홍해·호르무즈 리스크에 공급망 재편
[파이낸셜뉴스] 국내 정유업계가 '중동 편중' 원유 조달 구조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미국산 원유 수입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추월하고 호주·브라질 등 비중동산 원유 도입도 늘면서 수입선 다변화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원유 수입량은 총 6449만8000배럴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1678만7000배럴로 전체의 약 26%를 차지했다. 단일 국가 기준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1594만6000배럴)를 넘어선 최대 규모다.
미국산 원유 확대 흐름은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산 수입량은 1월 1649만8000배럴, 2월 1590만배럴, 3월 1720만9000배럴에 이어 4월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가격 경쟁력도 미국산 원유 확대 배경으로 꼽힌다. 4월 미국산 원유 평균 도입단가는 배럴당 103달러 수준으로 사우디산(117달러)보다 낮았다. 업계에서는 미국산 원유가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중동 공급선 확대도 두드러졌다. 4월 호주산 원유 수입은 367만6000배럴로 증가했고 브라질산 원유도 289만4000배럴이 유입됐다. 캐나다산 원유 수입 역시 167만6000배럴까지 늘었다. 신규 공급선 확보 움직임도 이어졌다. 카자흐스탄산 원유는 4월 105만1000배럴이 처음 도입됐고 모잠비크산 원유도 25만8000배럴이 유입됐다. 적도기니·콩고 등 아프리카산 원유 수입도 지속됐다.
반면 전통적인 중동 의존도는 낮아지는 흐름이다. 사우디산 원유 수입량은 1월 3359만1000배럴에서 4월 1594만6000배럴로 감소했다. 쿠웨이트산 역시 4월 9만7000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이 수입선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지원책도 영향을 미쳤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4월부터 비중동산 원유 도입 시 적용하는 운임차액 환급 범위를 기존 25%에서 전액 수준으로 확대했다. 중동산 대비 긴 운송 거리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줄여 수입선 다변화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비축유 스와프(SWAP) 제도 역시 비중동산 원유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가 해외에서 원유를 구매할 경우 정부 비축유를 우선 빌려주고 이후 확보한 원유로 상환하는 방식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장거리 운송이 필요한 비중동산 원유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유종 선택 폭도 넓힐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공급 확대와 정부 지원책 등으로 다양한 유종 도입이 가능해졌다"며 "지정학 리스크가 커질수록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