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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중앙아 정상회의 앞두고 '21세기 투르크학' 새 방향 제시..오은경 교수 발표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8 23:33

수정 2026.05.28 23:33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지난 21~22일 제1차 바쿠 투르크학 대회 100주년 국제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 제공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지난 21~22일 제1차 바쿠 투르크학 대회 100주년 국제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 제공
[파이낸셜뉴스]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협력 확대가 중요한 외교·경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지난 21~22일 개최된 제1차 바쿠 투르크학 대회 100주년 국제콘퍼런스에서 '21세기형 투르크학'의 새로운 방향성이 제시돼 주목을 받았다.

동덕여자대학교 대학원 K-실크로드·투르크학과 학과장인 오은경 교수는 중앙아시아와 튀르키예·아제르바이잔 등 투르크권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한 문명 중심 지역학과 국제 공동 교육·연구 플랫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1926년 개최된 제1차 바쿠 투르크학 대회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됐다. 이번 알마티 회의는 이러한 1926년 바쿠 대회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며, 디지털 시대 투르크학의 새로운 방향성과 국제 협력 체계를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국제기구 투르크 아카데미(Turkic Academy),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교와 투르크 문화유산재단(Turkic Culture and Heritage Foundation)이 공동주최하였으며, 투르크권 각국의 학자들과 국제기구 관계자,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국의 투르크학자인 오은경 교수는 발표를 통해 기존 투르크학이 언어학과 문헌학 중심의 연구 틀에 머물러 온 한계를 지적하며, 디지털 인문학과 국제 공동 플랫폼, 문명권 네트워크 연구를 포함하는 미래지향적 학문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차 바쿠 투르크학 대회 100주년 기념 알마티 국제 투르크학 콘퍼런스 참가자 단체사진.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 제공
제1차 바쿠 투르크학 대회 100주년 기념 알마티 국제 투르크학 콘퍼런스 참가자 단체사진.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 제공
오은경 동덕여자대학교 대학원 K-실크로드·투르크학과 학과장이 제1차 바쿠 투르크학 대회 100주년 국제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 제공
오은경 동덕여자대학교 대학원 K-실크로드·투르크학과 학과장이 제1차 바쿠 투르크학 대회 100주년 국제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 제공
오 교수는 "투르크학은 단순히 과거의 언어와 문헌을 연구하는 학문을 넘어, 공동 문화기억과 미래 전략을 함께 구축하는 학문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밝히며, 21세기 AI 시대의 투르크학은 언어·문헌 중심 연구를 넘어 문명 중심의 지역학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오 교수는 이와 같은 문명 중심 투르크학의 구체적 사례로 세계 최초 '투르크학 인문 대사전' 8권 편찬 작업을 제시했다. '투르크학 인문 대사전'은 투르크 세계의 역사, 문학, 민속, 언어, 종교, 예술, 인물, 사상 등을 포괄적으로 집대성한 연구 성과로, 투르크학을 개별 언어·문헌 연구가 아닌 하나의 문명권 연구로 확장하는 학문적 기반으로 평가된다. 또한 오 교수는 동덕여자대학교 대학원 K-실크로드·투르크학과를 문명 중심 지역학 교육의 시범 사례로 소개했다.

오 교수는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대학원 K-실크로드·투르크학과 학과장과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세계 최초 '투르크학 인문 대사전' 8권을 편찬한 바 있다. 또한 한국과 중앙아시아·튀르키예를 연결하는 K-실크로드 교육 플랫폼 및 국제 공동학위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참가 학자들 사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참가 학자들은 투르크학의 구조적 한계와 국제 협력 체계 부족 문제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으며, 향후 투르크학의 방향성과 제도화 전략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콘퍼런스 종료 후 채택된 최종 선언문에는 디지털 인문학 기반 연구 확대, 공동 데이터베이스 구축, 국제 학술 네트워크 강화, 공동 문화기억(cultural memory) 형성 등 투르크학을 21세기형 문명 연구와 국제 협력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방향성이 담겼다. 특히 선언문은 "투르크학은 단순히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다"라고 명시하며, 투르크학의 전략적·미래지향적 역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오 교수는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한국의 중앙아시아 전략이 지속가능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제·자원·공급망 협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지식 인프라와 지역전문가 양성 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차 바쿠 투르크학 대회>
1926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1차 바쿠 투르크학 대회(First All-Union Turkological Congress)는 단순한 학술회의를 넘어, 20세기 초 투르크 세계의 언어·문자·정체성·근대화 방향을 논의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당시 러시아 혁명 이후 형성된 초기 소련 체제 아래에서 중앙아시아·캅카스·볼가 지역의 투르크계 지식인들은 민족 언어 발전과 문자 개혁, 교육 현대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아랍문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근대 교육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라틴문자 도입과 공통 문화권 형성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회의에서는 언어학뿐 아니라 역사·민속·문학·교육·민족 정체성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되었으며, 이는 오늘날 투르크학(Turkology)의 제도적 출발점이자 현대 투르크 세계 학술 네트워크의 원형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회의는 이후 아제르바이잔·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투르크권 국가들의 문자 개혁과 근대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 국제기구인 투르크 아카데미(Turkic Academy)와 투르크 국가기구(Organization of Turkic States, OTS)로 이어지는 초국가적 투르크 협력 담론의 역사적 기반 중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1930년대 스탈린 체제 강화 이후 회의 참가자 상당수가 '범투르크주의' 혐의로 숙청되었고, 소련은 이후 대부분의 투르크계 언어를 키릴문자로 전환시키면서 당시의 개혁 흐름은 중단되었다.
이 때문에 1926년 바쿠 대회는 투르크 지식인 네트워크의 상징적 출발점이자 동시에 비극적 전환점으로도 평가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