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HD현대重, '수조원 규모 절충교역' 앞세워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 총력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9 16:01

수정 2026.05.29 16:23

HD현대오일뱅크, 캐나다 원유 수입 제시
AI·바이오 등 첨단 분야 공동 연구개발도

스티븐 퓨어(Stephen Fuhr) 캐나다 국방조달장관 일행이 지난 2월 판교에 위치한 HD현대 글로벌R&D센터를 방문, HD현대중공업의 잠수함 건조 역량과 양국 간 방산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스티븐 퓨어(Stephen Fuhr) 캐나다 국방조달장관 일행이 지난 2월 판교에 위치한 HD현대 글로벌R&D센터를 방문, HD현대중공업의 잠수함 건조 역량과 양국 간 방산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HD현대중공업이 수조원대 절충교역 패키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안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선을 넘어 에너지·연구개발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협력안으로 독일 TKMS와의 최종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K-방산 원팀' 원팀을 구성해 최대 60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12척 건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5개 경쟁 업체 가운데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포함)과 독일 TKMS를 적격 공급자(Qualified Supplier)로 선정한 바 있다. 지난 3월 양측에 최종 제안서 제출 지침이 전달됐으며, 연내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이 이번 수주전에서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것은 조선 분야를 넘어서는 대규모 절충교역안이다. 그룹 내 에너지 계열사인 HD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캐나다 원유업체와 협력해 잠수함 사업 기간 동안 수조원 규모의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캐나다 주요 대학 및 연구기관과 조선은 물론 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 분야의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해 양국 산업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절충교역을 통해 조선·에너지·연구개발을 아우르는 한·캐나다 간 장기 협력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캐나다 CPSP 사업에서 절충교역은 단순한 부가 조건이 아니라 사실상 수주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캐나다 정부가 공개한 입찰 평가 기준에 따르면 잠수함 성능이 전체 평가 점수의 20%에 그치는 반면, 재정 옵션 15%, 잠수함 계약 조건 15% 등 경제적 기여도와 산업 파급 효과가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경쟁자인 독일 TKMS도 절충교역 카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TKMS는 Type 212CD 잠수함을 제안하면서 캐나다 현지에서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고, CAE 등 캐나다 현지 방산 기업과의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독일 국방장관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오타와를 재차 방문하는 등 정부 차원의 수주 지원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맞서 한국 측도 범정부적 지원에 나섰다. 지난 23일에는 대한민국 해군의 도산안창호함(KSS-III)이 태평양을 횡단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했다. 한국 잠수함이 약 1만4000km에 달하는 태평양 횡단 항해를 거쳐 캐나다에 입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편도 장거리 항해를 무결점으로 완수한 도산안창호함에 대해 캐나다 해군 관계자들은 "99년식 시빅에서 테슬라로 바꾸는 것 같다"며 찬사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 국영방송(CBC)도 K-잠수함의 성능을 집중 조명하며 높이 평가했다.

HD현대중공업은 캐나다 현지 조선소와의 협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 데이비조선소 오타와 사무소에서 조선 및 함정사업 전반의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HD현대중공업은 K-잠수함의 경쟁력과 선박 건조 기술력을 소개하고, 캐나다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캐나다 주요 인사들의 울산 방문도 잇따랐다. 지난 5월에는 캐나다 어빙조선소 경영진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찾아 야드를 둘러보고 함정 건조 역량을 직접 확인했다. 2월에는 스티븐 퓨어(Stephen Fuhr) 캐나다 국방조달장관 일행이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를 방문해 잠수함 건조 역량과 양국 간 방산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사활을 걸고 있는 CPSP 사업은 캐나다 해군이 2030년대 중반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차세대 잠수함을 확보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대서양·태평양·북극해 세 개 해역에서 동시에 초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잠수함 전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로, 잠수함 건조비에 향후 30년간 유지보수(MRO) 비용까지 합산하면 총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은 잠수함 건조 분야에서 탄탄한 실적을 축적해왔다. 2007년 독일 외 국가 가운데 최초로 손원일급(KSS-II, 214급) 잠수함을 건조·인도했다. 지난해에는 노후 손원일급의 통합전투체계를 최신 기술로 개선하는 성능개량 사업도 수주했다. 3000t급 잠수함 분야에서도 2024년 4월 도산안창호급 신채호함을 해군에 적기 인도하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운용 능력을 갖춘 동급 잠수함 가운데 최초의 적기 인도 사례를 만들었다.

해외 사업 기반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지난해 페루 해군 및 시마조선소와 차세대 잠수함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포르투갈 해군과도 전략적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맺고 소형 잠수함 모델 공동 개발에 나섰다. 캐나다 사업에서는 이러한 축적된 건조 역량과 창정비 경험을 바탕으로 운용·보수 컨설팅을 제공하고, 현지 조선소에 함정 기술과 선박 건조 노하우를 이전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주 개막한 캐나다 최대 방산전시회 'CANSEC 2026'도 수주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이 전시회에서 KSS-III의 성능을 집중 홍보하고 있으며, HD현대중공업도 K-방산 원팀의 일원으로 캐나다 정·관·군 핵심 인사들과의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캐나다 측에 조선·에너지·연구개발을 아우르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협력방안을 제시한 상태"라며 "남은 기간 사업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