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9회 역전 만루포 패배의 후유증… 6-1 리드 안고도 또 역전패
두산 정수빈 6회초 역전 그랜드슬램
삼성, 24년 만에 '이틀 연속 역전 만루포' 희생양
삼성, LG에 자리 내주고 3위로 강등
[파이낸셜뉴스] 야구계에는 오랜 격언이 있다. '어설프게 뒤집히는 1점 차 역전패보다는 차라리 0-10으로 시원하게 지는 대패가 낫다.'
대패는 그날의 패배로 끝나지만, 승리를 눈앞에 두고 충격적으로 뒤집힌 역전패는 선수단의 머릿속에 지독한 잔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 '보이지 않는 내상'이 선두 삼성 라이온즈를 이틀 연속 집어삼켰다.
삼성은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8-7로 또다시 역전패를 당했다.
출발은 완벽한 '트라우마 극복'의 흐름이었다. 삼성 벤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지난해 50홈런 158타점의 대기록을 썼으나 올 시즌 파괴력이 뚝 떨어진 르윈 디아즈를 7번 타자로 강등시켰다. 이 충격 요법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디아즈는 0-1로 끌려가던 3회말 동점 솔로포(시즌 7호)를 쏘아 올린 데 이어, 4회말에도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연타석 아치(시즌 8호)를 그리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디아즈의 맹타와 타선의 집중력을 묶어 삼성은 5회까지 6-1로 여유 있게 앞서나갔다. 전날의 악몽을 시원하게 씻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마운드의 심리적 균열은 생각보다 깊었다. 6회초 무사 만루의 위기가 찾아오자, 전날의 '만루포 악몽'이 라팍 전체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대타 임종성에게 적시타를 맞고, 박찬호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6-3까지 쫓긴 상황.
마운드에 선 백정현은 2번 타자 정수빈을 상대로 초구 직구를 던졌으나, 이것이 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비수 같은 역전 만루 홈런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리드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과 전날의 트라우마가 겹쳐 만들어낸 참사였다.
KBO리그 역사상 '2경기 연속 역전 만루 홈런'이 나온 것은 2002년 롯데 자이언츠(4월 9일 박정태, 10일 김응국) 이후 무려 24년 만의 진기록이다. 공교롭게도 24년 전 그 진기록의 희생양 역시 삼성이었다. 역사는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사자 군단을 두 번 울렸다.
삼성은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김성윤의 적시타로 1점 차까지 끈질기게 추격했다. 이어 2사 2, 3루의 일타 역전 기회까지 만들었으나, 믿었던 해결사 최형우가 두산 마무리 이영하에게 삼진으로 물러나며 결국 8-7로 무릎을 꿇었다.
이틀 연속 뼈아픈 역전 만루 홈런을 헌납하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삼성. 타선의 반등이라는 긍정적인 요소조차 지독한 패배감에 묻혀버렸다. 무너진 불펜의 멘탈을 다잡고 선두의 자격을 다시 증명해야 하는 박진만 감독의 어깨가 한없이 무거워진 라팍의 밤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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