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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화상회의로 날아든 사퇴 통보"… 정몽규 폭탄 맞은 홍명보의 첫마디 "당황스럽지만…"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30 23:00

수정 2026.05.30 23:00

2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결전을 코앞에 두고 날아든 수장의 전격 사퇴 소식. 밖에서 지켜보는 이들도, 현장의 코칭스태프도 답답한 속을 달래려 시원한 배즙이라도 한 캔 들이켜며 열을 식혀야 할 만큼 당혹스러운 돌발 변수였다.

비판적인 잣대를 거두고 온전히 선수들의 땀방울과 긍정적인 서사에만 집중하며 응원을 보내야 할 시기에 터진 초유의 사태. 그러나 거대한 풍랑 앞에서도 홍명보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를 결속의 기회로 바꾸며 진정한 '원팀'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훈련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사퇴 발표에 대한 솔직한 심경과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했다.

정 회장의 사퇴 성명서가 언론에 배포된 것은 현지 시간으로 28일 오후 10시 30분. 이에 앞서 홍 감독은 오후 8시 30분경 인터넷 화상회의를 통해 정 회장으로부터 직접 거취를 통보받았다.

이어 오후 9시에는 선수단 대표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사퇴 결단과 향후 포상 계획 등이 공유됐다. 월드컵 1차전을 불과 십여 일 앞두고 벌어진, 한국 축구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밤중의 사퇴 브리핑이었다.

사령탑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 홍 감독은 "어제 갑작스럽게 소식을 전해 들어 솔직히 당황스러웠다"며 굳은 표정으로 숨길 수 없는 당혹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사령탑의 당혹감은 찰나였고, 선수들의 멘탈은 놀라울 만큼 단단했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뉴스1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뉴스1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그라운드 밖의 행정적 소음에 귀를 닫고 오직 축구 본질에만 집중하는 성숙함을 보였다. 홍 감독은 "선수단은 소식을 접한 뒤 따로 그들만의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우리가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각자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뜻을 모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훈련장에 나타난 태극전사들의 표정에는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 홍 감독 역시 "크게 동요된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그동안 해왔던 방식대로 묵묵하고 차분하게 훈련을 준비해 나가는 모습이 대견하다"며 굳건한 신뢰를 보냈다.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는 흔들림 없이 우리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홍 감독의 일성은 벤치의 단단한 결기를 대변한다.

무려 13년간 축구계를 이끌던 수장이 7월 월드컵 종료 직후 물러난다. 행정의 컨트롤타워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멕시코 고지대를 정조준하는 26인 태극전사들의 심장 박동은 그 어느 때보다 일정한 템포로 뛰고 있다.


단단하게 뭉친 홍명보호는 한국시간으로 31일 오전 10시, 모든 잡음을 뒤로하고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로 흔들림 없는 모의고사에 돌입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