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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도 그랬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돼도 이전 회복 불가능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31 03:36

수정 2026.05.31 03:36

중국 선박만 자유 통항

[파이낸셜뉴스]
오만 무산담주 연안 호르무즈 해협에 5월 30일(현지시간)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
오만 무산담주 연안 호르무즈 해협에 5월 30일(현지시간)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옥 문을 열었다.

전 세계 석유, 천연가스 운송의 20%를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은 '예측가능한 미래'에는 결코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비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이란이 어떤 종전 합의에 이르건, 해운사들은 이란이 해협 통제에 나설 뿐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언제 충돌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로 가능한 한 이 지역 운항을 줄이려 할 전망이다.

지난 2023년 수에즈 운하의 관문인 홍해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선박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뒤 홍해 항로가 아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도 이런 비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호르무즈, 전쟁 이전 수준 못 돌아간다

CNBC는 5월 30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천연가스 운송은 앞으로 시간이 지나도 한동안은 절대 이란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운사들은 해협이 재개방돼도 앞으로 이 지역에서 돌발적으로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이란, 특히 혁명수비대(IRGC)가 해협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경우 해협 통과 과정에서 미국의 제재를 위반할 가능성까지 감안해야 해서 이 항로를 꺼릴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악의 석유 공급 차질을 불러일으킨 호르무즈 봉쇄가 중기적으로 공급망에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게 됐다는 뜻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선임 에너지,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에이모스 혹스틴은 28일 CNBC에 "무슨 일이 벌어지건, 이란은 예측가능한 미래 내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할 것"이라면서 "종전합의가 어떻게 되든 관계 없다"고 말했다.

혹스틴은 "역내 모든 이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명 석유 애널리스트인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털 마켓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도 유조선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예측가능한 미래'에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는 못 돌아간다고 단언했다.

크로프트는 28일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노트에서 "이란이 해협에 대한 통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내버려두는 그 어떤 종전도 물동량을 (전쟁 이전에 비해) 급격하게 낮은 수준으로 남겨두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선박만 자유롭게 통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해운업계 전문지 '로이즈리스트(Lloyd's List)'의 리처드 미드 편집장도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이란이 해협을 통제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재개방이 돼도 전쟁 이전 수준의 60~70%만 회복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드는 중국과 연관된 선박들은 자유롭게 해협을 통과하겠지만 서방 선박들은 이란과 양자협상을 통해 허가를 받아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이전에 우려했던 '심판의 날'과 같은 방식의 경기침체가 촉발되지는 않겠지만 전쟁 이전 수준으로 물동량이 회복되는 것은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미드는 그 충격이 서서히 확산될 것이라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항행의 자유가 아닌 정치적 연대에 따라 접근이 좌우되는 영구적으로 두 갈래로 갈라진 해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해도 그랬다

국제 해상 운송 핵심 항로인 홍해의 경험은 호르무즈 해협도 같은 길을 밟을 것이란 비관에 힘을 싣는다.

2023년 11월 19일 화물선 나포로 시작된 후티 반군의 공격은 이후 2년간 이어졌다. 예멘 후티 반군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사실상 틀어쥐었다.

이 해협 하루 통행량은 2023년 11월 19일 75척에서 이듬해인 2024년 1월 30일 31척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지금도 해협 통행량은 이전에 정상으로 여겨졌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중동 국가 리스크 책임자인 잭 케네디는 후티 반군이 지난해 말 이후 공격을 멈췄지만, 이것만으로는 2023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안이 마땅찮다

홍해는 '희망봉 우회'라는 대안이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S&P의 케네디, 로이즈리스트의 해상 리스크 애널리스트인 토머 라난 모두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송유관을 통해 하루 수백만배럴의 석유를 페르시아만에서 홍해와 오만만 수출 터미널로 우회시키고는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전쟁으로 이란이 각성하면서 해협을 계속 틀어쥐려 할 것이어서 역내 산유국들은 어떤 식으로든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제2송유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가동이 목표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더 많은 송유관 등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중요성이 감소할 것이라면서 페르시아만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갈 다른 경로들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