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 양극화 심화...빈부, 자본과 노동 간 격차 벌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시작한 이란 전쟁이 미국의 K자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전쟁 이전 수준의 회복도 어렵다는 비관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7일 TV로 중계된 내각회의에서 증시 사상 최고 행진 속에 미국인들의 연금(401(K)) 자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증시와 실물 경제, 부자와 빈자, 기업과 노동 간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CNBC는 30일 "이란 전쟁 종식은 그저 미국에 새로운 불평등의 시대가 시작된다는 신호일 뿐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주식,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급락했던 뉴욕 증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회복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재개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개전 초 약 8% 급락했지만 3월 하순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지금껏 19% 폭등했다.
이 지수는 올 들어 이미 10.7%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4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달성하게 된다.
이는 주식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양극화를 부르는 요인이다.
주식 대부분을 소유한 부유층은 전쟁 이후 자산이 더 가파른 속도로 불어났지만, 주식 소유 비중이 낮거나 아예 주식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충격으로 더 가난해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전쟁 이후 연 소득 4만달러 미만의 동북부 지역 주민들은 휘발유 구매를 약 10% 줄였다. 반면 12만5000달러 이상을 버는 이들은 더 많은 가처분 소득을 발판 삼아 운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디스 분석에 따르면 이란 전쟁 이후 미국인들은 에너지 비용으로 평균 447.19달러(약 67만원)를 더 지출했다.
자본과 노동
자본을 갖고 있는 기업과, 이들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해 먹고사는 노동자들 간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팩트세트, LSEG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S&P500 기업들은 전년 동기 대비 주당순이익(EPS)이 5~7% 증가했다.
이란 전쟁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기업들을 중심으로 미 대기업들은 탄탄한 성장세를 지속했다.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필수소비재와 금융 업종 일부 업체들만 상대적으로 고전했다.
반면 노동자들의 삶은 힘들어지고 있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이 2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쟁 충격 속에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약화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가처분 소득이 3월 0.2% 감소한 데 이어 4월에는 0.5% 더 줄었다.
전쟁으로 기름값이 치솟아 인플레이션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소비자들은 저축을 허물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BEA에 따르면 4월 개인 저축률은 2.6%로 급락했다.
국내총소득(GDI)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DI 대비 노동 비중은 기록 집계 79년 역사상 최저 수준인 51%로 떨어졌다.
양극화 심화는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야당인 민주당도 심각한 당내 분열 속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여론조사 업체 '스트렝스 인 넘버스'에 따르면 미국인 약 60%가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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