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2집 '퓨어플로우 파트 원' 리뷰 타이틀곡 '붐팔라' 뮤비, 영화 '에에올' 카오스와 맞닿아 '퓨어플로우 파트 원', '빌보드 200' 톱10 진입 유력 '붐팔라', '핫100' 진입 도전
이들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고도의 언어적 실천은 신보명에 고스란히 담겼다. '퓨어플로우'는 19세기 여성 작가 메리 셸리의 고전 소설 '프랑켄슈타인' 속 문장 "나는 두려움이 없다, 고로 강력하다(For I am fearless, and therefore powerful)"에서 기원한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장르의 시초가 한 여성의 경이로운 상상력에서 탄생했다는 역사적 맥락은, 숱한 금기에 도전해 온 르세라핌의 궤적과 정교하게 조응한다. 원문의 선언은 이들의 시선을 거쳐 "우리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강하다(FOR WE ARE NOT FEARLESS, AND THEREFORE POWERFUL)"로 전복된다. 세상이 쥐여준 언어를 수동적으로 읊는 대신, '파워풀(POWERFUL)'의 철자를 기꺼이 해체하고 재배열해 자신들만의 질서인 '퓨어플로우'를 세운 것이다.
이러한 주체성의 미학 위에서 타이틀곡 '붐팔라(BOOMPALA)'는 무거운 철학적 통찰을 가장 가벼운 제의(祭儀)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기원전의 '반야심경'과 1990년대 스페인의 라틴 팝 남성 듀오 '로스 델 리오(Los del Rio)'의 메가 히트곡 '마카레나'가 교차하는 이 기이한 무대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에올)'의 카오스와 맞닿아 있다. 수많은 다중우주 속 비루한 일상에 짓눌린 현대인들에게, 이 곡은 세상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면 스스로 그 무의미 속에 뛰어들어 춤을 추면 된다는 실존적 낙관론을 펼친다. 영화 속 인물들이 절대적 허무주의에 맞서 다정함의 무기인 '장난감 눈알'을 이마에 붙이듯, 르세라핌은 복잡한 세상사를 향해 중독적인 '마카레나' 안무를 던진다. 무거움을 무거움으로 받아치지 않고 명랑한 광기로 덮어버리는, 고도의 주체적 선택이다.
상처를 대면하는 이들의 성숙한 시선은 앨범의 촘촘한 트랙리스트를 통해 더 깊은 연대로 확장된다. 왈츠 기반의 수록곡 '손더(Sonder)'는 지나가는 타인조차 저마다의 웅장한 우주를 품고 있음을 긍정한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을 때 두려움은 비로소 해체된다. 또한 '크리처스(Creatures)'와 '아이러니(Irony)' 같은 트랙은 억압하는 시선에 맞서 상처를 입더라도 함께 자유를 선택하겠다는 결기를 표명한다. 완벽하게 세공된 매끈한 가짜보다, 기워지고 흉터가 남아있더라도 생동하는 진짜가 더 아름답다는 것. 이것이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을 빌려 르세라핌이 2026년의 대중에게 선언하는 새로운 미학이다.
대중의 반응은 직관적이다. 팬덤 '피어나'를 중심으로 번지는 '1일1팔라'라는 유행어는, 이 곡이 단순한 팝을 넘어 일상의 힐링이자 칠링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퍼포먼스 속 멤버들의 압권인 표정 연기는 정형화된 아이돌의 미소를 벗어던지고 기꺼이 자유로워진 주체의 얼굴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