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가장 찝찝하게 느껴지는 곳은 변기 시트다. 그러나 실제 감염 위험은 변기 시트보다 손이 자주 닿는 손잡이, 물 내림 레버, 수도꼭지, 휴대전화 사용 습관에서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변기 물을 내릴 때 튀어 오르는 미세 물방울도 주의해야 할 요소로 꼽혔다.
과학매체 사이언스데일리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더 컨버세이션에 실린 공중화장실 위생 관련 글을 소개했다. 글을 쓴 로티 타주리 호주 본드대 유전체학·분자생물학 부교수는 공중화장실이 세균과 바이러스가 모이기 쉬운 공간이지만, 변기 시트에 앉는 것 자체는 건강한 성인에게 비교적 위험이 낮다고 설명했다.
변기 시트보다 손잡이·레버가 더 문제
공중화장실에는 여러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다. 장내 세균인 대장균, 클렙시엘라, 장구균,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등이 변기 주변에서 발견될 수 있다. 피부에 사는 황색포도상구균이나 일부 약제 내성균도 표면에 남을 수 있다.
다만 변기 시트가 화장실 안에서 가장 더러운 곳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공중화장실의 문 손잡이, 수도꼭지 손잡이, 물 내림 레버처럼 여러 사람이 반복해서 만지는 부분이 더 많은 미생물에 노출될 수 있다. 손을 씻기 전 만지는 표면이기 때문이다.
변기 시트에 앉는 것보다 더 흔한 감염 경로는 손이다. 오염된 표면을 만진 뒤 손을 씻지 않고 눈, 입, 음식, 휴대전화를 만지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물 내릴 때 튀는 미세 물방울
변기 물을 내릴 때 생기는 미세 물방울도 신경 써야 한다. 뚜껑을 닫지 않고 물을 내리면 변기 안의 물방울이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 이를 '토일렛 플룸'이라고 부른다. 변기 안에 있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작은 물방울에 섞여 주변 표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 물방울이 최대 2m까지 퍼질 수 있다고 보고됐다. 공중화장실에는 뚜껑이 없는 변기도 많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다만 뚜껑이 있는 변기라면 물을 내리기 전 닫는 것이 노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손 건조기도 주의할 수 있다. 손을 제대로 씻지 않은 상태에서 건조기를 사용하면 공기 흐름을 통해 미생물이 주변으로 퍼질 수 있다. 가능하면 종이타월로 손을 말리는 편이 위생 관리에 더 유리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휴대전화 사용도 피해야
공중화장실을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변기 시트보다 손 위생을 우선해야 한다. 비누와 물로 20초 이상 손을 씻고, 비누가 없을 때는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변기 시트가 눈에 띄게 더럽다면 알코올 티슈로 닦거나 변기 커버를 사용할 수 있다.
화장실 안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습관도 줄이는 편이 낫다. 휴대전화는 손이 자주 닿는 물건이고, 화장실 안에서 사용하면 오염된 손이나 표면을 통해 세균이 옮겨갈 수 있다. 화장실을 나온 뒤에도 휴대전화를 다시 얼굴 가까이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
아기 기저귀 교환대를 사용할 때도 사용 전후로 표면을 닦고 손을 씻는 것이 좋다. 공중화장실은 이용자가 많고 청소 주기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눈에 보이는 오염뿐 아니라 손이 닿는 표면 관리가 중요하다.
엉거주춤한 자세는 피해야
변기 시트가 불안하다고 해서 변기 위에 앉지 않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볼일을 보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이런 자세는 골반저근을 긴장시켜 방광을 완전히 비우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소변이 주변으로 튀어 오히려 화장실 표면을 더 오염시킬 수도 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깨끗해 보이는 공중화장실 변기 시트에 앉는 것만으로 병에 걸릴 가능성은 낮다. 더 중요한 것은 손을 제대로 씻고, 물 내림 뒤 손잡이와 휴대전화 같은 접촉 표면을 조심하는 일이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한 뒤 복통, 설사, 구토, 피부 감염 증상이 반복되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감염 예방의 핵심은 변기 시트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손 씻기와 접촉 표면 관리에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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