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총장 선출 앞두고 재정 위기 심화
美 내년 투표권 상실 가능성·中 7천억원 체납
두 국가 모두 의도적 연체 의혹 제기돼
30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행정예산위원회(제5위원회) 최신 재정 보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자금 보류로 유엔의 현금 사정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 사무국은 "현재 유엔의 현금 잔고가 8월 중순까지만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석 달이 채 남지 않은 데다, 이 시기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현 사무총장의 후임자 선출 절차가 본격화되는 시기와 겹쳐 유엔 운영 차질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유엔 재정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최대 미납국인 미국이 꼽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유엔을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집단'으로 규정했고, 현재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행돼야 체납액을 지급하겠다"며 유엔을 압박하고 있다. 유엔 규정상 체납액이 직전 2년치 분담금을 넘어설 경우 총회 투표권이 박탈되는데, 체납이 이어질 경우 미국은 이르면 2027년에 투표권을 잃게 된다.
미국에 이어 2위 기여국이 된 중국은 최근 왕이 외교부장의 방문 기간 평화유지 비용으로 8억4400만달러(약 1조2719억원)를 납부했지만, 여전히 4억5500만달러(약 6857억원)를 체납 중이다.
이와 관련, 매체는 "중국이 대외적으로 '사실상 유엔 최대 재정 기여국'이라고 자처하면서도, 분담금 지급을 보류해 유엔의 재정난을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과거 중국은 매년 초 수개월 안에 분담금을 완납했지만, 2022년부터는 최종 납부 시기를 회계연도 말로 미루기 시작했다. 어느 해에는 12월 27일이 되어서야 납부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의 분담금 체납을 자국의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유엔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해석한다. 조니 해넘 유엔재단 선임 이사는 "미국은 마땅히 내야 할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고, 중국은 지난 몇년간 결제 시스템을 악용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매체는 "중국이 개발도상국 연합체인 '77개국 그룹(G77)'과의 연대를 활용해 유엔 예산 논의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중국이 유엔 인도주의 프로그램에 최소한의 자금만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재정난에 대응해 사무국 직원 3000명을 감원하고 통역 시간을 줄였으며, 뉴욕 본부 건물 유지·보수를 연기하는 등 긴축에 나섰다. 또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서 평화유지군 철수 시기를 앞당겼으며, 평화유지군에 병력을 파견한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비용 상환도 연기했다. 유엔 내부에서는 자금 고갈이 현실화될 경우 직원 급여 지급이 중단되고 식량 및 안보 프로그램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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