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5월 9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28동에서는 서울대학교 바둑부(바둑동아리)가 전국 대학생 바둑대회 '관악국수전'을 개최하였다. 대학 바둑인들의 축제이자 새로운 캠퍼스 바둑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였다.
'관악국수전'은 필자가 서울대학교 바둑부에서 활동하던 1985년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의 관악국수전은 바둑부 내외 강자들의 실력을 겨루는 대회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40여 년이 지난 오늘, 같은 이름의 대회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번 대회는 참가 범위를 전국 대학으로 확대했고, 단체전을 도입하여 학교 간 경쟁과 공동체성을 함께 살렸다. 특히 치수 조정을 통해 강자와 약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비교해 큰 발전을 이룬 대회라고 평가할 수 있다.
프로 바둑 세계가 주로 승부를 가리는 데 초점을 둔다면, 아마추어 바둑은 승부와 친선 사이의 균형이 더욱 중요하다. 바둑의 저변 확대와 건강한 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강자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다양한 수준의 참가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치수 조정' 문제는 오랫동안 아마 바둑계의 어려운 과제였다. 승리만을 목적으로 자신의 기력을 실제보다 낮게 신고하는 일을 방지하면서도,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모든 아마추어 대회가 안고 있는 숙제이기도 하다.
서울대 바둑부는 이번 대회에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력 증명 정책'을 도입했다. 참가자는 자신의 인터넷 바둑 계정 등을 통해 기력을 증명하거나, 각 대학 바둑부 회장의 인정을 받도록 했다. 아직 공인 아마 급수 체계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현실 속에서 대회의 개방성과 연결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담긴 장치였다.
이번 대회에는 123명의 캠퍼스 바둑 애호가들이 참가했으며,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나뉘어 한 판당 70분 기준으로 운영되었다.
개인전에서는 러시아 출신 유학생 알렉스(명지대, A조 3위)와 중국에서 유학 온 종뤈즈(한양대, C조 1위)가 참가해 대회의 국제적 분위기를 더했다. 또한 C조에서는 서울대 바둑부 전임 회장 손준배가 준우승을 차지하며, 실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노력한 만큼 성취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단체전에서는 시립대 '한수위팀'이 우승을 차지했고, 서울대 '황소개구리팀'과 중앙대 '야생마팀'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사실 대학 바둑 단체전의 전통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 중반 충남대에서는 5인 단체전을 기본으로 하는 축제 성격의 대회가 수년간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관악국수전의 단체전 도입은 새로운 시도이면서 동시에 대학 바둑 문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대회 성적 못지않게 대회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 문화가 발달해 있다고 한다. 오거나이저와 자원봉사자들이 바둑 공동체를 지탱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를 준비한 서울대 바둑부 문대원 회장(화학생물공학부 25학번)과 자원봉사 회원들은 약 한 달 반 동안 대회를 준비하며 캠퍼스 바둑의 꿈을 이어갔다. 또한 같은 대학 졸업생인 송혜령 프로 역시 아낌없는 지원을 보냈고, 이에 대한 동아리 회원들의 감사도 컸다.
캠퍼스 바둑은 단지 승패를 가리는 공간이 아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세대를 연결하며, 서로 다른 실력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바둑판 앞에 마주 앉는 문화의 공간이다.
관악국수전의 열기와 개방성이 더 많은 대학으로 이어지고, 캠퍼스 바둑의 낭만이 다시 살아난다면, 그것은 한국 바둑계가 오랫동안 기다려 온 가장 건강한 성장의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최채우 한국기원 이사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