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코로나 이후, 갑상선은 아직 싸우는 중이다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13 07:00

수정 2026.06.13 07:00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코로나 이후, 갑상선은 아직 싸우는 중이다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갑상선이 취약한 것이 있다.

바로 면역세포의 공격이다. 원래 면역세포는 바이러스, 세균, 독과 같은 외부 침입자만 공격해야 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상선 자체를 공격 대상으로 여길 때가 있다. 갑상선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면역세포는 공격할 무기를 잔뜩 만들어낸다. 그것이 바로 항체다.

면역세포가 만들어낸 항체는 갑상선을 공격하여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 염증으로 인해 갑상선호르몬이 과다하게 만들어질 수도 있고 심하게 줄어들 수도 있다. 과다하게 만들어지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나타나고, 줄어들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나타난다.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결국 면역세포가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이것이 자가면역질환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왜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이 질환이 유달리 많이 발생했는지 이해하기 쉽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주로 후두부와 기관지, 폐를 공격한다. 갑상선도 이 부위에 있기 때문에 함께 공격을 당한다.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는 항체를 만들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이때 바이러스와 싸우는 항체뿐만 아니라 갑상선과 싸우는 항체까지 다량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면역세포가 바이러스에 공격을 퍼부으면서 갑상선에 많은 염증이 생기고 상처를 입혔을 가능성도 있다.

치료를 위해 사용된 하이드로코르티손(코르티솔 호르몬의 의약품 형태) 스테로이드제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스테로이드제는 염증을 억누르는 효과가 좋아서 코로나 환자들에게 흔히 사용되었다. 치료 기간 동안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치료가 끝난 후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 면역세포의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갑상선 질환을 일으켰을 수 있다.

코로나 감염 후의 갑상선 기능저하가 환자들의 사망에 직접적 원인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 둥지병원 의료진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한 환자들은 회복한 환자들에 비해 갑상선자극호르몬과 유리 T3(삼요오드티로닌, 갑상선호르몬의 한 종류) 수치가 현저히 낮았다.

중국 항저우 제일부속병원 의료진도 코로나 중증환자와 사망 환자들의 갑상선자극호르몬과 T3 수치가 경증 환자들에 비해 심각하게 낮았다고 보고했다.

파키스탄 라왈핀디 심장병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 감염 후 갑상선기능장애를 보인 환자들의 상당수가 감염에서 회복한 후에도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2021년 우리나라의 갑상선장애 환자가 전년도에 비해 10% 가까이 증가한 것도 팬데믹의 영향일 수 있다.
이는 같은 해 모든 질환의 증가율 중에서 심장질환과 더불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