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지표와 가계소득 간극 커
국민 다수 성장 체감할 방안 마련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한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질주 중이다. 하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성장의 과실이 가계 전반으로 충분히 확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가계 실질소득은 월평균 462만8718원으로 1년 전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4월 산업활동동향도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다. 특히 소매판매액지수는 3.6% 급감했다. 소비가 얼어붙고 있다는 신호다. 그런데도 같은 날 코스피는 반도체 훈풍에 힘입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9000선에 성큼 다가섰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온도 차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들 지표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 호황 덕분에 예상 밖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온기가 가계 전반으로는 충분히 번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실질 근로소득은 오히려 감소했고, 자영업자 소득을 의미하는 실질 사업소득도 소폭 증가에 그쳤다. 소득 쏠림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우려는 경기 상승 국면이 시작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자본집약형 산업이다. 생산과 매출이 늘어도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반도체 제조업 생산은 12.8% 증가했지만 임금근로자 일자리는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게 됐지만, 이는 업황 호조를 누리는 일부 대기업 직원들에게 국한된 이야기인 것이다. '삼전닉스'가 천문학적 이익을 거두더라도 그 성과가 소비와 고용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회 곳곳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성장률은 높아지는데 막상 국민들은 온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도리어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성장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흘러갈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정부 일각에서 '초과이익' 재분배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
그 대신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반도체 기업의 협력사 투자를 확대하는 등 성장의 낙수효과를 끌어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중소기업 지원과 내수진작에 활용하는 정책적 수단도 활용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이 일부 기업의 실적개선에 그치지 않고 국민 다수가 체감할 수 있는 성장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슈퍼사이클'의 의미도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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