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소액 절도 등 생계형 범죄 잇따라
고물가와 노인 빈곤 문제 영향으로 풀이돼
"사회안전망 강화하고 복지 체계 구축해야"
[파이낸셜뉴스] #. 지난해 5월 17일 부산 북구의 마트에서 A씨(72)는 1만9110원 상당 한우 등심팩과 8000원짜리 요구르트를 옷에 넣어 훔쳤다. 같은 해 9월 1일에 1만6750원 상당 서리태 1봉지를 바지 뒷주머니에 숨겨 몰래 가지고 나갔다. 고령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던 B씨(78)는 작년 경기 안양의 한 매장에서 5600원 상당 쌈장 2개와 3만3900원 상당 화장품 3개를 가방에 넣었다가 종업원에게 들켰다.
경기 침체와 노인 빈곤 심화로 생계형 절도에 나서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지난해 경미한 범죄로 경찰의 심사를 받은 이들 중 절반은 60대 이상이었으며, 절도가 가장 크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본지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12월 기준 연령별 경미범죄심사위원회 회부 인원은 60대 이상이 1838명으로 가장 많았다. 70대 이상은 1636명, 80대 이상은 979명으로 전체 8935명 중 60대 이상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9.83%로 집계됐다. 작년 경미 형사사건 유형별로는 절도 비중이 48.14%로 가장 컸다. '2024 범죄통계'를 보면 생계형 범죄가 많은 절도 피의자 중 60대 이상이 33.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낮은 경미 위법행위에 대해 감경 여부를 심사하는 제도다. 무분별한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고 국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경우에 따라 경미형사사건과 즉결심판사건 피의자에 대해 즉결심판이나 훈방 등 감경 처분이 내려진다.
일각에선 고령자들의 생계형 범죄가 고물가와 노인 빈곤 문제로 인한 부담이 가중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의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로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이는 지난 2024년 3월(3.1%)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지난해 기준 3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8%)을 두 배 이상 웃돈다.
노인 절도는 이미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4월 경기 고양시의 한 빵집에서 80대 여성이 단팥빵 5개를 훔치다가 절도죄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20여년간 병든 남편을 돌봐왔으며 경찰 조사에선 "남편이 단팥빵을 좋아해 먹이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해당 사건을 회부하고 이들 부부가 긴급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했다. 지난 2024년 11월 경남 창원의 한 마트에선 78세 노인이 2000원짜리 단팥빵 2개를 훔치다가 적발됐다.
전문가들은 생계형 범죄도 엄연한 범죄인 만큼 용인될 순 없다면서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긴급복지지원제도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마련된 제도를 널리 알리고 복지관, 경로식당을 통한 지원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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