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골목시장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형마트 쇠락
쿠팡 온라인플랫폼으로 시장 잠식
선진국과 어깨 나란히 하기 위해
한국 특유의 규제 근본적 재검토
글로벌 스탠더드 정책 시행해야
이처럼 개별기업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고, 나아가 한미 양국 국회의원들이 특정 기업을 둘러싼 규제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항의서한을 주고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단순히 쿠팡이라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규제체계와 글로벌 경제환경의 충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쿠팡의 성장에는 혁신적 물류투자와 서비스 경쟁력이라는 내부 요인이 있었지만, 의도와는 별개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규제환경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이 법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정책목표 아래 대형마트의 의무휴업과 심야영업 제한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쉬는 날 전통시장으로 이동하기보다 쿠팡·네이버·컬리와 같은 24시간 이용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하였다.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한 대형마트는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고,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규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력 확대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실질적 지배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이른바 갈라파고스적 규제 문제가 있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친족·특수관계인 관련 공시 의무가 확대되고 내부거래 및 사익편취 규제도 강화된다. 국내법적 관점에서는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공정하다. 물론 외국기업이라고 해서 다른 외국기업이나 국내기업과 다른 기준이 적용되어서도 안 된다. 과거 쿠팡이 자체브랜드(PB) 상품과 직매입 상품의 검색순위를 인위적으로 높였다는 이른바 '검색 알고리즘 조작 사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을 때에도 동일한 기준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 해외 플랫폼 기업들에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규제의 공정성은 규제의 강도뿐 아니라 적용의 일관성에서도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글로벌 기업 관점에서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창업자를 한국의 전통적인 재벌 총수와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하는 것은 국제적 기업지배구조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러한 상반된 시각과 논란이 발생하는 배경에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와 규제체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 경제는 한국 특유의 규제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외국기업의 한국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투자기업들이 투자지역이나 제도적 환경에 따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한국의 투자매력도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쿠팡 사태는 한국 경제가 다른 선진국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내외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규제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해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완화나 폐지 자체가 아니라, 규제가 의도한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면서도 시장의 혁신과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합리적 규제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시장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상황에서 국내 정책목표를 유지하면서도 국제적 정합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성진 한국경제학회 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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