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이어 키옥시아도 한때 도요타 시총 추월
기타카미 신공장 검토·누진배당 도입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홀딩스가 3일 한 때 일본 증시의 상징인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최근 소프트뱅크그룹(SBG)이 22년 만에 시총 1위에 복귀한 데 이어 AI 반도체 기업이 잇달아 도요타를 밀어내면서 일본 증시의 권력 지형이 전통 제조업에서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키옥시아 주가는 장중 8만3140엔까지 치솟으며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한때 45조4000억엔을 기록해 도요타자동차(45조엔)를 넘어 일본 상장기업 2위에 올랐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순위가 다시 뒤바뀌었다.
이날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장중 2000포인트(p) 넘게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6만8000선을 돌파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 전망이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AI 투자 확대 기대가 커지면서 키옥시아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특히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자극한 것은 전날 키옥시아가 공개한 공격적인 성장 전략과 주주환원 정책이다.
키옥시아는 투자자 설명회에서 배당금을 줄이지 않고 유지하거나 늘리는 '누진배당'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빠르면 2027년 3월기(2026년 4월 1일 ~ 2027년 3월 31일) 하반기부터 배당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실화될 경우 2024년 12월 상장 이후 첫 배당이다.
자사주 매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키옥시아는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를 제외한 잉여현금흐름(FCF)의 절반가량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인수합병(M&A) 계획이 지연될 경우에는 잉여 자금을 추가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AI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도 공개했다.
키옥시아는 올해 4월부터 2029년 3월까지 3년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총 2조1000억엔을 투입할 예정이다. 설비투자는 연평균 4700억엔, 연구개발비는 연평균 2300억엔으로 전기 대비 각각 6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증설 계획도 공개했다. 오타 히로오 키옥시아 사장은 투자 설명회에서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의 신규 생산동 건설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키옥시아의 메모리 생산기지는 욧카이치 공장과 기타카미 공장 두 곳이다. 현재 기타카미 공장에서는 제2 생산동까지 가동 중인데 2029~2030년 이후 가동을 목표로 신규 생산동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생산능력만으로는 2029년 이후 예상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키옥시아는 전세계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핵심 업체다.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데이터 저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혜가 집중되고 있다.
실적 전망도 가파르다. 키옥시아는 올해 2·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배 증가한 8690억엔, 영업이익은 29배 늘어난 1조2980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순현금(현금성 자산-유이자부채)도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키옥시아는 AI가 반도체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보고 있다. AI 추론 서비스와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확산되면서 GPU뿐 아니라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메모리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키옥시아는 특히 낸드 시장이 과거 스마트폰 중심 수요에 의존하며 반복해온 '실리콘 사이클'에서 벗어나 AI 기반의 새로운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AI 수요 증가와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계약 확대에 힘입어 업황 하락기에도 수익성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일본 증시에서는 최근 AI 관련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AI 투자 기대를 바탕으로 시가총액 47조엔 안팎까지 불어나며 도요타를 제치고 22년 만에 일본 1위 기업에 오른 데 이어 키옥시아까지 시총 2위 자리에 오르면서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기업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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