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의도적인 노출 자제… 진짜 전술은 과달라하라에서 완성"
이강인 공백 메운 이동경, 부상자 지운 뉴페이스들의 맹활약
[파이낸셜뉴스] 전쟁에 나서는 장수에게 모든 패를 미리 보여주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1460m 고지대에서 치른 두 차례의 최종 모의고사를 나란히 완승으로 장식한 홍명보 감독이 특유의 '여우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일각에서 제기된 세트피스의 단조로움에 대해 "일부러 숨긴 것"이라는 폭탄선언을 내놓으며, 결전의 땅 멕시코에서 선보일 진짜 무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12분 터진 이동경(울산)의 그림 같은 프리킥 결승 골에 힘입어 1-0 신승을 거뒀다. 앞선 트리니다드토바고전 5-0 대승에 이은 2연승이자, 두 경기 연속 클린시트(무실점)라는 기분 좋은 성적표다.
물론 상대가 FIFA 랭킹 100위권의 약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 평가전의 진짜 목적은 '고지대 적응'과 '플랜 B 확인'이었다. 홍 감독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고지대에 완벽히 적응했고, 불균형했던 컨디션이 하나로 뭉쳐졌다"며 캠프의 성과에 강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날 경기는 조별리그 1차전 상대인 체코를 가정한 훌륭한 스파링이었다. 촘촘한 밀집 수비를 펼친 엘살바도르를 상대로 대표팀은 초반 고전했지만, 이강인(PSG)을 대신해 선발 출격한 이동경이 답답했던 혈을 뚫어냈다.
홍 감독은 "이동경이 정신적으로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 본선에서는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가 나가게 될 것"이라며 건전한 주전 경쟁을 예고했다. 수비 라인에서도 조유민의 낙마 공백을 이기혁(강원), 조위제(전북) 등 새 얼굴들이 완벽하게 메워주며 합격점을 받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대목은 '세트피스'에 대한 벤치의 치밀한 계산이었다. 두 차례의 평가전 내내 세트피스의 파괴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평가전 상황에서는 세트피스를 의도적으로 노출하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평가전에서 핵심 전술을 꺼내 들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는 "멕시코 현지 베이스캠프에 입성하면 그때부터 세트피스 훈련의 완성도를 최고조로 높여나갈 것"이라며 숨겨둔 비수가 있음을 암시했다.
철저한 연막작전과 기분 좋은 2연승으로 미국 유타주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홍명보호. 선수단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전술적 기만전술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한 태극전사들은 이제 (현지시간) 5일, 16강 진출의 명운이 걸린 약속의 땅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비장한 발걸음을 옮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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