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국민 무식해서 투표용지 안 줘도 모른다"…1960년 야인시대 대사가 현실로?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5 04:20

수정 2026.06.05 06:42

6·3 지선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2003년 방영 드라마 '야인시대' 확산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등장인물이 부정선거 수법을 모의하는 장면이 지난 3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맞물려 다시 거론됐다. 출처=드라마 ‘야인시대’ 갈무리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등장인물이 부정선거 수법을 모의하는 장면이 지난 3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맞물려 다시 거론됐다. 출처=드라마 ‘야인시대’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날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과거 방영된 드라마의 부정선거 모의 장면이 현실과 맞물려 뼈있는 풍자로 확산하고 있다.

4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2003년 방영된 SBS 드라마 '야인시대' 121회의 한 장면이 수십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급속도로 공유됐다.

해당 장면은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앞두고 정치깡패 임화수(최준용 분)가 부하들과 표를 빼돌리기 위한 수법을 모의하는 대목이다. 임화수가 "자유당은 총 투표수 중 4할을 사전투표하기로 했다"고 지시하자, 한 부하는 "그만큼 투표자들의 용지를 우리 쪽으로 빼내야 하는데, 국민이 용지를 받지 못하면 가만히 있겠습니까?"라고 우려한다.

이에 임화수는 "그 무식한 국민들이 뭘 알겠나. 용지가 안 나왔으면 그냥 안 나왔나 보다 하겠지"라고 비웃듯 답한다.



누리꾼들은 투표용지를 빼돌려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원천 봉쇄한다는 극 중 설정이, 전날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상황과 절묘하게 겹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영상 속 상황은 1960년 자유당 정권의 의도적인 부정선거를 극화한 것이고, 이번 사태는 선관위의 치명적인 행정 오류로 인한 인쇄 물량 부족이라는 점에서 사실관계는 다르다.

선관위 "유권자 50%만 인쇄했다"… 정치권 "사상 초유의 참정권 차단"

앞서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강남구, 광진구 등 14개 투표소에서는 준비된 투표용지가 조기에 소진되며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대혼란이 빚어졌다. 선관위는 뒤늦게 부족분을 긴급 이송하고 마감 시간 이후에도 투표를 허용하는 임시 조치를 취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전날 오후 9시 긴급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 총장은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인 뒤, "서울 송파구의 유권자 50%만 인쇄한 것으로 파악했다. 왜 부족했는지 철저히 파악할 것"이라고 부실 행정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적이고 엄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관리의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 행사 과정에 조금의 빈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하며 "관계기관은 행정부가 가진 권한과 책임을 모두 사용해서 문제 발생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력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이어 "국민의 참정권이 한 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