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장 회의, 중형 조선사 RG 지원 방향 만들기로
긴급 RG 2척물량 정책금융기관 분담 지원가닥
수주분 당초 데드라인 오는 8일...선주측에 기한연장 협의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중소형 조선사의 선수금환급보증(RG) 문제 해결을 지시한 후 HJ중공업의 긴급 RG 물량에 대해 정책금융기관이 분담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9일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 회의)에서 중형 조선사에 대한 RG 지원 확대를 위해 필요한 사항이 논의됐으며, 지원 방향을 적시하고 자세한 방안을 만들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HJ重, 데드라인 8일 앞두고 선주 설득 근거 마련
8일 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이 그리스 세계적 해운사 나비오스 마리타임 파트너스(Navios Maritime Partners)로부터 수주한 885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레디 컨테이너선 4척 중 긴급하게 RG가 필요한 나머지 2척에 대해 정책금융기관이 분담해 지원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어떤 기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선박을 맡을지는 이번 주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HJ중공업은 정책금융기관의 RG 지원 가능성을 토대로 선주 측에 RG 확보 기한 연장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HJ중공업은 지난해 9월 나비오스로부터 약 6400억원 규모의 885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다. 이 가운데 2척에 대해서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를 기반으로 BNK부산은행으로부터 약 2600억원(약 1억7000만달러) 규모 RG를 발급받기로 확정했다. 해당 선박은 2027년 8월 말과 10월 말 각각 인도될 예정이다.
문제는 나머지 2척이다. 인도일정이 2027년 12월 말과 2028년 2월 말로 예정된 이 선박들은 한국수출입은행의 1회성 RG 발급이 있어야 무사한 건조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그동안 "HJ중공업에 대한 구조조정채권이 남아있는 만큼, RG 발급 검토에 앞서 주채권은행(한국산업은행) 주도의 종합적인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산경장 회의에서 HJ중공업이라고 구체적으로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HJ중공업의 RG 부족 상황이 긴급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HJ중공업을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방증하듯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울산 동구 호텔현대 바이 라한에서 열린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서 유상철 HJ중공업 대표가 "RG 지원이 부족해 애로가 많다"며 정부 지원을 요청하자, "위험을 정부 재정으로 부담해 주는 방안이 있을 것 같다"며 관련 방안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유 대표는 당시 간담회에서 "큰 물이 들어왔는데 노가 없다"며 "산업은행이 2021년 부여한 3억1500만달러 RG 한도로는 선박 가격이 70% 오르고 수주량도 늘어난 현 상황에서 5~6척에만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정상적 수주를 위해선 12~15척분의 RG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RG 부족, 중형 조선사 '구조적 병목'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기한 내 인도하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지급하겠다고 보증하는 제도다. 선박 수주 과정에서 사실상 필수 조건으로, RG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주 자체가 무산되거나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
중형 조선사들의 RG 한도는 사실상 포화 상태다. 지난해 10월 기준 최근 5년 간 국책기관들의 RG 발급 규모는 총 57조7620억원에 달했지만, 이 중 51조7203억원이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대형 3사에 배정됐다. 중형 3사(HJ중공업·케이조선·대한조선)에 돌아간 금액은 6조417억원에 그쳤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35조원 이상을 발급했지만 중형 조선사 지원 규모는 2307억원(0.7%)에 불과했다.
HJ중공업 조선 부문의 경우 지난해 매출 9504억원(전년 대비 13.4% 증가), 영업이익 595억원(전년 358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이 개선됐지만, RG 한도 부족으로 수주가 제한되는 상황이 반복돼왔다. 실제 지난해 수주 실적은 5억5000만달러로 전년(8억8000만달러)보다 감소했는데, 회사 측은 RG 부족으로 계약 시점을 조정해야 했던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 조선소 RG 지원 확대 이후, 현장을 묻다' 토론회에서도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유상철 대표는 "구조조정을 통해 남은 중소 조선사 3사는 RG 발급 미비로 인한 병목 상태"라며 "중소 조선소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금융기관이 RG 확대에 보수적 관점을 고수하면 중소형 선종을 중국에 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중소 조선 RG 특례보증 비율은 2023년 70%에서 2024년 95%로 상향됐고, 연도별 RG 지원 실적도 2021년 243억원에서 2024년 5361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는 7400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이 발표됐다. 지난 3월에는 무역보험공사가 중형 조선 3사에 약 5400억원 규모 RG를 발급 지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산경장 회의를 계기로 HJ중공업의 급한 불이 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중형 조선사들의 수주잔고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쌓여 있는 가운데, RG 문제 해결 여부가 K-조선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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