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고려대, 성대 총학 등 '재발방지' 촉구
"특정 정파나 진영논리로 보지말라" 정쟁과 거리
[파이낸셜뉴스] 6·3 지방선거 본투표일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학생 개인 차원의 대자보 게시를 넘어 주요 대학 총학생회들이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책임 있는 해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부 대학은 기자회견 참석까지 결정하며 집단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각 대학들은 해당 성명이 정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특정 정파나 진영 논리로 보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주요 대학, 온라인에 성명 발표
5일 교육 기관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대와 고려대, 서강대 등 주요 대학 학생자치기구는 잇따라 성명 발표를 결정했다.
이날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는 두 차례 임시회의를 열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성명문 발표를 의결, 온라인에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을 보면 연석회의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그 꽃은 피를 마시며 자랐다"면서 "박종철 선배를 비롯한 수많은 민주열사의 희생 위에서, 군사독재로 얼어붙은 이 땅에 민주주의의 꽃이 피어났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해명에도 강력히 비판했다.
연석회의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소중한 가치를 잊었냐"고 되물은 뒤 "투표용지 사태는 참정권을 보장할 책무를 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오히려 시민들의 투표 의지를 저해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방선거의 낮은 투표율을 투표용지 부족 이유로 제시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에게 세 가지 사항을 요구하기도 했다.
연석회의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경위와 원인을 철저히 투명하게 진상 규명해야 하고 선거 과정의 신뢰를 실추시킨 관련자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를 반면 교사 삼아 선거 준비 절차 전반을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강대 총학생회, 성균관대학교 역시 성명문을 온라인에 게시하고 교내에 실물 대자보를 부착하기로 했다. 고려대학교는 단과대별로 성명을 내고 있다.
특히 고려대와 서강대 총학생회는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 등이 개최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캠퍼스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은 서울 주요 사립대 총학생회들이 참여하는 연대체로, 지난해 비상계엄 정국 당시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대학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 행정 착오를 넘어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 침해 문제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각 대학 커뮤니티와 캠퍼스 곳곳에는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대자보가 게시됐고, 총학생회 역시 공식 입장을 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성명을 발표한 대학들도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전날 밤 "선관위의 참정권 침해 및 선거 관리 파행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며 "주권을 도둑맞은 청년들의 분노를 외면한 채 사태를 축소하고 덮으려는 선관위의 기만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도 "선거는 민주주의의 요체이자 주권을 실현하는 가장 본질적인 절차"라며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선거관리기관이 오히려 대의민주주의의 절차적 기반을 흔들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선관위 조사 결과 참정권 침해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른 적절한 구제 방안을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진상조사, 책임 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공통적으로 요구했다.
눈길을 끄는 건 국민의힘 등에서 제기한 재선거 요구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성명에 넣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학가 내부에서도 재선거 여부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자칫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12개 투표소와 강남구·광진구 각 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 선관위는 이후 투표용지를 추가 공급하고 투표 시간을 연장했지만, 전국 단위 선거에서 발생한 초유의 사태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선관위는 현재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무효나 재선거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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