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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의사 2등급 20만원·4등급 40만원"…리베이트 '고기주소록'의 실체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7 14:53

수정 2026.06.07 17:07

의사·약사 등급 매겨 명절 선물 지급…병원 매출 따라 4단계 구분도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불법 리베이트(판매한 상품 대가 일부를 되돌려주는 금원) 제공 혐의로 고려제약 대표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영업도매상이 의사별 선물 가액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했다는 이른바 '고기주소록'이 판결문에 등장했다. 법원은 명절 선물 등이 단순한 거래처 관리가 아니라 의약품 판매를 위한 불법 리베이트라고 판단했다.

7일 본지가 입수한 고려제약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시에서 의약품 도매상을 운영하던 A씨는 고려제약 의약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의료인들에게 각종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로부터 벌금 35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고려제약과 계약을 맺고 의약품 영업과 판매를 대행하는 이른바 CSO(영업대행) 방식으로 활동했다. 그는 의사들의 처방 실적에 따라 고려제약으로부터 수수료(현금)를 지급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거래처 관리에 나섰다.



판결문에는 A씨가 작성한 '고기주소록' 파일 내용이 담겼다. 해당 파일에는 거래처 의사와 약사의 이름, 연락처, 주소와 함께 등급이 기재됐다. 특히 등급별로 명절 선물 기준까지 정해져 있다. 2등급 의사에게는 20만원 상당의 소고기 선물세트를, 4등급 의사에게는 40만원 상당의 소고기 선물세트를 제공하도록 관리해왔다고 적시됐다.

A씨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고객관리 차원에서 의례적으로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재판에서는 명절 선물과 골프 비용 지원 역시 친분관계에 따른 감사 표시일 뿐 리베이트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거래처를 등급별로 분류해 관리해온 점, 선물을 받은 의사들이 실제 의약품 처방과 관련된 거래 관계에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의약품 판매 촉진을 위한 경제적 이익 제공"이라고 판단했다.

또 전북 익산의 의약품 도매상 B씨는 병원별 매출 규모에 따라 거래처를 네 단계로 구분해 관리하면서, 등급에 맞춰 상품권과 소고기 선물세트 등을 명절 선물로 제공해 왔다고 했다.

숙박권 제공 사례도 포함됐다. 고려제약 광주영업소 직원 C씨는 전남 지역 국립병원장 D씨 등에게 100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과 식사 등을 제공한 혐의로 유죄 판단을 받았다.

C씨는 "관행적인 업무상 편의 제공"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 연락 내용과 결제 경위 등을 종합하면 단순 친분 관계에서 오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해당 병원이 성분별 경쟁입찰 방식으로 의약품을 선정해 리베이트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주장도 기각했다. 고액의 호텔 숙박권이 오간 사실 자체만으로 공정성을 의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D씨가 별도 형사재판에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점 역시 C씨의 유죄 판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고려제약이 제조원가와 각종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한 뒤 영업사원들의 지출을 보전하거나, 고려제약 의약품 처방 실적에 비례해 지급되는 이른바 'BM(Black Money)' 자금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다.

총 41억5478만원 상당의 회사 자금이 투입된 이 사건에서 박상훈 고려제약 대표는 리베이트 영업 전반을 보고받고 승인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회사 임직원들은 회계처리와 현금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유죄 판단을 받았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