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정부 1년 동안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코스피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2698.97이었던 코스피는 지난 5일 8160.59로 202.36% 상승했다. 박스피로 불리던 코스피가 1년 만에 전 세계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시장으로 떠올랐다. 가파른 상승세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거품론'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시장을 지켜본 전문가의 진단은 달랐다.
파이낸셜뉴스가 7일 만난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1년간의 코스피 강세에 대해 "실적 성장을 동반한 상승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거품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가장 비관적이던 한국 시장이 제도 개선과 실적 개선, 인식 개선이라는 세 가지 변화를 겪으며 선진국형 시장으로 체질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비관 속 강세장"…실적이 만든 상승
박 대표는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시장은 가장 비관적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가장 비관적인 시장이 가장 유망한 시장으로 바뀌었고, 그 비관 속에서 엄청난 강세장이 탄생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상승이 실적이 뒷받침된 상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코스피 영업이익이 290조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800조~900조원 얘기가 나온다"라며 "이익 자체가 3배 늘었으니 2500이던 시장에 3을 곱하면 7500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토리로만 올라온 장이 아니라 실적 성장을 동반해 올라온 장"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랠리가 거품이라는 지적에 대해 "지금까지는 절대 거품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기업의 내재가치가 30조원인데 100조~200조원에 거래되면 거품이지만, 최근 반도체는 실적 발표 때마다 서프라이즈를 내며 주가가 가치를 쫓아 올라왔다"라며 "이를 '주당 순이익(EPS) 트래킹'이라고 부른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 대표는 강세장 속에서도 소외된 섹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지수는 8000을 넘겼지만 일부 고객의 수익률은 오히려 올해 2월 대비 떨어진 경우도 있다"라며 "고금리·고유가로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화장품·자동차 등 자유 소비재가 부진하고, 자금 조달이 어려운 바이오 기업들도 힘든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햇볕이 쨍쨍할 때 우산이 안 팔리듯 지금은 소비재 같은 '우산 주식'이 저렴해진 만큼, 순발력 있는 트레이더가 아니라면 우량주를 분할 매수해 2년가량 인내하면 연평균 3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상법 개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80% 해소"
박세익 대표는 이재명 정부 1년의 제도 개선 정책이 코스피 랠리에 실질적 힘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상법 개정이 없었다면 반도체 이익 덕에 주가는 올라왔겠지만 지수는 6500선 정도였을 것"이라며 "8500이라는 숫자도, 떨어질 때 하방을 받쳐주는 믿음도 제도 개선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라 1~2년 기다리면 어차피 이익이 다시 올라오는데, 이제는 그 이익이 주주에게 돌아온다는 믿음이 생겼다"라며 "이 믿음이 주가가 떨어질 때 하방 경직성을 만들어준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상법 개정의 핵심을 "대주주 외에 소외받던 소액주주도 기업의 가치 성장을 오롯이 함께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예금이 3%를 줄 때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고 주식을 하는 것인데, 그동안 한국 시장은 대주주가 소액주주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강탈해도 괜찮은 이상한 시장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자사주에 대한 변화도 주목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를 들고 있거나, 일부 중소기업은 주가가 떨어지면 자사주를 샀다가 오르면 팔아 차익을 내기도 했다"라며 "최근에는 자사주를 과감하게 소각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소액주주의 가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80%는 사라졌고 20%는 남아 있다"라고 진단했다. "모든 신뢰는 최소 3년은 쌓여봐야 하는 만큼, 아직 의심을 거두지 못한 부분도 20% 정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완전한 해소를 위한 과제로 주주 환원율 제고를 제시했다. 그는 "지금까지 29% 수준이던 배당성향을 50~6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라며 "그렇게 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제대로 된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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