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7개 투표소에 추가 송부…17곳은 미사용
사전 투표율 감안해 지방선거는 50% 하한 인쇄
송파구 전체론 충분했지만 투표소별 수요예측 실패
당일 추가 송부 법적 근거·위기 매뉴얼도 공백
[파이낸셜뉴스]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당초 알려진 서울 일부 투표소 문제가 아니라 전국 50개 투표소에서 실제 부족이 발생한 사안으로 드러났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곳도 22곳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율 상승을 감안해 지방선거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50% 수준까지 줄여 인쇄할 수 있도록 한 지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표소별 선거일 투표자 수 편차와 긴급 이송 절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송파구에서는 오전 11시40분께 부족 가능성에 대한 문의가 있었고, 오후 2시께부터 무번호 투표용지 불출이 이뤄졌지만 일부 투표소의 부족 사태를 막지 못했다.
전국 67곳 추가 송부…실제 부족은 50곳
중앙선관위는 5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는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중 67개소"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실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송파구 14곳을 포함해 50곳이었다. 투표용지를 추가로 보냈지만 사용하지 않은 곳은 17곳이었다. 지역별 추가 송부 투표소는 서울이 35곳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과 경남이 각각 8곳, 대구 7곳, 인천 6곳, 울산 3곳이었다. 서울 송파구는 15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추가 송부돼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았다.
투표 진행에 차질이 빚어진 곳도 적지 않았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잠시라도 투표가 중지됐다가 재개된 투표소가 총 22곳이었다고 밝혔다.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간 유권자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선거일 투표소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한 투표록 전체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50% 하한 인쇄"…송파구는 투표소별 편차 못 읽어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보다 적게 인쇄한 배경에 대해 "최근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선거일 투표소용 투표용지가 과다하게 남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은 투표용지의 회수·보관·폐기 절차까지 고려해 감축 인쇄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21대 대통령선거 이후 내부 태스크포스 논의와 일선 선관위 의견을 반영해 제9회 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과 사무편람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는 선거인 수의 60%, 지방선거는 50%를 하한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선관위는 이 기준이 '50% 고정'이 아니라 '50% 하한'이라고 설명했다.
송파구는 선거일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 기준 50%, 일부 투표소는 60% 기준으로 인쇄했다. 송파구 사전투표율은 23.3%였다. 선관위는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선거일 투표소에서 다시 투표하지 않기 때문에 선거일 투표소용 투표용지는 전체 선거인 수보다 적게 준비해도 된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송파구 전체 물량 기준으로는 부족하지 않았다는 선관위 설명에도, 146개 투표소별 선거일 투표자 수 편차가 문제로 작용했다. 전체로 보면 대응 가능한 물량이었지만, 특정 투표소에 선거일 투표자가 예상보다 몰리면서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전투표율이 집계된 뒤 이를 반영해 추가 인쇄할 수 없었느냐는 질문에 선관위는 "어렵다"고 답했다. 지방선거 투표용지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 후 2일부터 인쇄가 시작되고, 대통령 선거 등과 달리 투표용지 종류와 물량이 많아 인쇄소 사정과 검수 절차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전 11시40분 문의…오후 불출에도 부족 못 막아
현장 대응이 늦어진 과정도 쟁점이다. 선관위는 송파구위원회가 오전 11시40분께 서울시위원회에 "투표용지가 부족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문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문의가 이미 투표용지가 떨어졌다는 보고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오후 2시께부터 송파구 안에서 무번호 투표용지 불출이 이뤄졌고, 부족 연락이 이어지면서 2차 불출도 진행됐다. 브리핑에서는 오후 2시25분께 잠실4동 제7투표소에 남은 투표용지가 35매였다는 보고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관위는 해당 투표소와 시간대는 진상규명을 통해 확인하겠다고 했다.
추가 투표용지를 보냈는데도 부족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무번호 투표용지 물량과 관리 절차를 들었다. 선관위는 무번호 투표용지는 아래쪽에 일련번호가 없는 투표용지로 통상 많이 인쇄해 두는 물량이 아니며, 투표용지 작성·관리록에 따라 번호를 부여하고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오전 11시40분 문의와 오후 6시 사이에 시간 차이가 커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처가 왜 이렇게 안 됐는지가 진상규명위원회가 가장 핵심적으로 조사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당일 송부 근거·매뉴얼 공백…외부 진상위 조사
투표용지를 선거일 당일 추가 송부한 절차와 법적 근거도 쟁점이다. 공직선거법은 투표용지를 선거일 전일까지 송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 조항이 일반적인 송부 절차를 정한 것이어서, 사고 상황에서 당일 추가 송부가 곧바로 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법상 규정은 부족하다며 법이나 규칙, 내부 업무처리 지침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위기관리 매뉴얼에도 공백이 드러났다. 선관위는 일반적인 사건·사고 대응은 편람에 규정돼 있지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구체적으로 예정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재발 방지를 위해 투표용지 인쇄 매수 산정 기준과 절차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방침이다. 투표소별 선거인 수, 사전투표 결과, 선거일 투표 진행 상황을 반영해 투표소 단위 수요 예측과 예비 물량 관리, 긴급 이송 절차를 다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로 꾸려진다. 선관위는 학계, 언론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 추천을 의뢰해 위원을 구성할 계획이다. 위원회 구성 시점은 오는 12일로 예상했다.
한편,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문에서 "참정권이라는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침해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허철훈 사무총장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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